"또 담합 과징금 폭탄"…건설업계 실적 발목 '한숨'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건설업계가 또다시 시작된 담합 악몽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청주하수처리장시설공사,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가스 주배관 1·2차 사업 등 과거 담합 관련 공사들에 대한 제재수위를 잇따라 확정 짓고 있어서다.

특히 총 사업비가 2조원이 넘는 가스 주배관 1·2차 사업의 경우 주요 건설업체 23개사(중복제외)가 연루된데다 과징금 규모만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조만간 가스 주배관 1·2차 건설공사 담합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제재수위를 확정할 계획이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0월 이번 공사 담합과 관련, 건설업체 20곳의 임직원 4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임원 2명을 구속했었다.

한국가스공사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공사구간을 나눠 발주한 이 사업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송하는 관로를 설치하는 공사로 최저가낙찰제로 진행됐다. 1차 사업 17개 공사구간은 2009년 5월 동시 발주됐고 2차 사업 8개 공사구간은 2011년 4월부터 2012년 9월까지 단계별로 입찰이 진행됐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23개사로 총 낙찰가격은 예정가격(2조1296억원)의 약 83%인 1조7651억원이었다. 공정위와 경찰에 따르면 입찰 참여업체들은 경쟁을 피하기 위해 여러 차례 모임을 갖고 각 공사구간의 낙찰회사, 입찰가격 등을 사전에 협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업체들은 담합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공정위가 최저가낙찰제도, 실적공사비제도, 동시발주 등 담합을 유발하는 입찰제도 문제점과 처분시효 등도 함께 고려해줄 것을 하소연했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담합은 분명 잘못된 행위이지만 그런 행위가 왜 벌어졌는지에 대한 배경도 살펴봐야 한다”며 “정부조차도 입찰제도가 담합을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인정한 만큼 정상참작을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 1월 담합 방지를 위해 입찰제도를 선진화하는 내용의 ‘건설산업 입찰담합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담합을 유발하는 최저가낙찰제를 종합심사낙찰제로 개편하고 실적공사비 제도도 현실화해 업체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게 골자다.

처분시효(5년)가 지난 사업까지 제재에 나서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스 주배관 1차 사업의 경우 2009년 10월 한국가스공사 국정감사에서 담합의혹이 제기됐고 한국가스공사가 공정위에 조사의뢰 공문까지 보낸 만큼 이미 처분시효가 끝났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실제 업체들에 대한 담합조사를 벌인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아직 처분시효가 끝나지 않았고 1·2차 사업은 하나의 사업으로 일련의 부당행위 역시 별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1차 사업 입찰 당시엔 2차 사업의 구체적인 발주계획이나 예산도 수립되지 않았던 만큼 두 사업은 사실상 별개”라며 “지난 1월 정부도 건설산업의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한 취지를 감안해 처분시효 논란이 있는 1차 사업은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고 2차 사업에 대해서만 실제 낙찰가에 한정해 제재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건설업계에 부과한 담합 과징금은 총 9007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부 건설업체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