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이사장 등 모든 직책 사퇴…"학교와 상의없이 결정"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본관 앞에서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 철회를 요구하는 전직 부총장·대학원장·단과대학장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중앙대는 최근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학사구조 개편안을 발표해 교수, 학생 등 구성원들로부터 반발 받고 있다. 2015.3.10/뉴스1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중앙대 이사장 직에서 물러난다.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두산중공업 회장 등 다른 직책에서도 사퇴한다.


박용성 이사장은 중앙대 학사구조개편을 추진하며 학내 구성원과의 마찰을 일으켰으며 이 과정에서 막말을 한 것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었다.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의 비리에 대한 수사 방향이 두산재단 쪽으로 향한 것도 박 이사장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는 21일 "박용성 이사장이 최근 중앙대와 관련해 빚어진 사태에 대해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학교법인 중앙대학교 이사장뿐 아니라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두산중공업 회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중앙대 관계자는 "학교와 전혀 상의 없이 박 이사장 개인적으로 결정한 일"이라며 "오늘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지난 2월 입학 '학사구조선진화방안'을 발표한 후 학내 구성원의 반발로 인해 후폭풍에 휩싸였다. 선진화방안은 학생들이 학부 단위로 입학한 뒤 2학년 때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택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방안에 따르면 전공별 최소정원을 보장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학과는 자연스레 폐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 때문에 학생과 교수들은 토론회, 기자회견 등을 열고 강력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중앙대는 3월 말 일방적으로 학칙개정안을 공고하며 구성원의 원성을 샀다.

지난달 24일엔 구조개편안에 반대하는 교수들의 인사 불이익을 암시하는 이메일을 총장과 보직교수 등 20여명에게 보내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메일에서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등 교수 비대위를 겨냥한 강도높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앙대 교수는 "원래 박 이사장이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성향이 메일에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의 횡령 혐의를 수사하며 두산그룹으로 조사 방향을 튼 것도 박 이사장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이달 초 전·현직 중앙대 재단 이사회 관계자들을 차례로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에 대해 중앙대 구성원들은 중립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재경 중앙대학교 구조조정 학생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책임을 지는 방식이 사퇴가 맞는지 모르겠다"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한 상황이라 이사장 사퇴가 반드시 좋은 일이라곤 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