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안 압박 통했나? 새정치聯 다음 목표는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전병헌 최고위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의 다음 타깃으로 누구를 삼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해임건의안 제출 압박 4일만에 이완구 국무총리의 자진사퇴를 이끌어냈다고 보고, 기세를 올려 '성완종 리스트'에 기재된 정권실세에 대한 공세 고삐를 바짝 쥐겠다는 계획이다.

21일 열린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지방자치단체장과 현역 의원을 우선 압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안규백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이후 기자와 만나 "(당의) 화력을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1억~3억원(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에 맞추겠다"며 "홍준표 경남도지사,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그리고 홍문종 의원이 해당된다"고 말했다.

구체적 증언이 나오거나 국회로 부를 수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확대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1억원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에 놓여있다.

국회가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이들을 불러 질의하기 위해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와 운영위원회의 소집이 우선이다. 안행위에선 현역인 홍 지사를 비롯해 서 시장, 유 시장을 불러 질의할 수 있고, 운영위에선 이 실장에게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이 총리가 낙마하게 된 배경에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거듭된 거짓말 논란이 영향을 미친 만큼, 추가공세를 위해 이들의 국회 출석이 필수라는 것이다.


상임위 소집과 출석 요구는 여당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야당의 의지대로 풀릴지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은 검찰수사가 나오기 전에 정치공세를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만약 상임위가 열리면 야당은 홍 지사 보다는 서 시장이나 유 시장에 초점을 맞출 공산이 크다. 이 총리나 홍 지사 등의 경우 불법대선자금과 관련이 없지만 두 지자체장은 2012년 대선자금과 연관돼 있어서다.

민병두 친박게이트 대책위 부위원장은 "이 총리와 홍 지사 두분은 이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곁가지"라면서 "성 회장이 폭로한 핵심은 2007년과 2012년 불법대선자금 관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 없이 '부산시장 2억원'으로 적혀 의혹을 받고 있는 서 시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당무조정본부장에, 3억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유 시장은 직능총괄본부장으로 일한 바 있다. 여기에 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홍 의원도 조직총괄본부장으로 활약했다. 다만 홍 의원은 현 의원신분에 있어 야당의 표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1일 오전 광주 서구 금호동 한 노래교실에서 서구을 재보궐선거 조영택 후보와 함께 시민들에게 지지호소를 하던 중 기자들의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새정치연합의 최종 목표는 청와대다. 이병기 비서실장과 김기춘, 허태열 전 비서실장의 의혹을 밝혀야 박근혜정부의 부정부패로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친박게이트'로 명명한 이유기도 하다.

현실은 만만치 않다. 사건 대부분이 정치자금법 공소시효인 7년을 넘어섰다. '성완종 녹취록'에 따르면 성 전회장은 2006년 9월 김 전 실장에게 10만달러를, 허 전 실장에게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7억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실장으로 눈길이 쏠린다. 비서실장이 청와대의 핵심보직이고 이 실장이 친박 실세이자 현 권력의 중심이라는 점에서다. '성완종 일지'에는 성 전 회장이 이 실장을 2012년 11월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고 기록하고 있어, 아직 공소시효가 남았다는 게 새정치연합의 해석이다.

특히 검찰 특별수사팀이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휴대전화 착·발신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병기 비서실장과 140여차례 통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열린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새정치연합 한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물 중 최종 표적은 결국 이병기 실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성완종 녹취록에 이 실장에 대한 구체적 발언이 없고, 금액도 적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실장이 금품을 수수했다는 보다 직접적인 증거나 증인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야당의 공세는 '주장'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