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내 너의 모든것을 보여줘!' 대기업 스펙초월전형 확산

"식당을 3곳이나 운영하던 부모님 슬하에서 저는 풍족한 대학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식당 운영이 힘들어지면서 저는 복학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사방이 꽉 막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저는 부모님을 대신해 직접 가게를 운영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2년 반 만에 적자를 면치 못하던 가게를 흑자로 만들었고, 권리금까지 받고 팔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SK그룹의 오디션방식 스펙초월전형 ‘SK바이킹오디션’에서 한 지원자가 소개한 자신의 경험담이다. 이 주인공은 당당히 전형을 통과, 현재 SK그룹 계열사인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인호(28세) 사원이다.

SK를 비롯해 LG, 포스코, KT 등 주요 대기업들이 ‘스펙초월전형’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의 과도한 스펙쌓기 경쟁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요을 최소화하고, 직무수행 능력 중심의 ‘열린 채용’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차원에서다.

스펙초월전형은 수백대일의 경쟁률을 뚫어야하는 대기업 공채에서 특정조건으로 인해 탈락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인 셈이다. 오디션방식의 스펙초월전형인 SK바이킹챌린지와 KT스타오디션이 대표적이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SK그룹이 2013년부터 도입한 SK바이킹챌린지는 입사지원서부터 파격적이다. 이름, 나이, 성별, 최종 졸업년도 정도만 적으면 된다. 대신 오디션방식 전형인 만큼 서류전형을 대신할 자기소개서와, 필기시험을 대체할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해야한다. 프리젠테이션은 자신이 지원한 직무에 대해 어떤 역량을 쌓아왔는지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10분내외의 시간이 주어진다.

올해 SK바이킹챌린지는 지난 9~10일 진행됐고, 심사결과는 28일 발표될 예정이다. 합격자들은 두달간의 인턴실습과 계열사별 면접, 평가를 통과하면 6개월수 신입사원으로 전환된다. SK그룹은 지난해 이 전형을 통해 100명 안팎을 선발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 ‘SK바이킹챌린지’ 선발예정인원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매년 늘려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KT스타오디션 역시 2013년부터 도입된 현장면접형 채용방식이다. TV의 오디션프로그램처럼 3~4명의 심사위원이 지원자의 끼와 능력을 보고 최종 선발하는 방식이다. 스펙 대신 지원자의 열정과 패기를 직접 보고 평가하겠다는 것. 지원자는 약 5분간 스스로를 홍보(PR)할 수 있다. 지원서나 자기소개서에 미쳐 담지 못한 경력이나 이색 경험 등을 소개,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보여주면 된다.

올해 KT스타오디션은 지난 11일 서울, 지난 14일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서 실시됐다. 오디션을 통과하면 서류전형을 면제받는다. 올해 서류전형 합격자는 5월12일에 발표한다. KT는 ‘스타오디션’ ‘달인채용’ 등 열린채용을 통해 전체 채용인원의 10%선을 선발하고 있다.

KT스타오디션에 참가한 지원자가 자신을 PR하고 있다./사진제공=KT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중림동 LW컨벤션에서 열린 SK '바이킹 챌린지' 현장에서 지원자가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외에도 LG전자는 소프트웨어 직군 전형인 코드챌린지를, 포스코는 챌린지인턴십을 실시하는 등 스펙초월전형은 대기업 채용트렌드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일부 취준생 사이에서는 “평가기준이 모호하고, 정규직 전환비율이 낮다”며 스펙초월전형은 보여주기식 채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를 실시하는 주요 기업들의 내부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정호 KT 차장은 "달인채용과 스타오디션을 통해 입사한 사람들은 열정과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훨씬 적극적“이라며 ”재능과 역량은 있지만 스펙이 다소 부족하거나 지방대학 출신 지원자들에게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범 SK그룹 부장은 "기존의 전통적인 채용형태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라 아직 효과를 판단하기 이르지만, 채용시장 트렌드를 볼 때 방향성은 맞다고 본다“며 ”SK바이킹챌린지로 선발한 인턴의 50~60%는 신입사원으로 채용되기 때문에 혜택도 큰 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