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훼손된 신뢰, 커지는 변동성

연초 이후 4개월째 견조하게 이어지던 코스피·코스닥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의 변동성을 보이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코스피는 회복이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코스닥은 여전히 전일 급락세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23일 오전 11시15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0.7% 오른 2158.27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2156.94(+0.69%)에 시초가를 형성, 사흘만에 강세를 시도했다가 개장 30분만에 2139.33(-0.21%)까지 밀리기도 했다. 코스피는 이내 안정세를 되찾았다.


반면 코스닥은 이날 707.82(+0.64%)에 시초가를 형성했으나 역시 오전 9시30분경 2.47% 급락, 685.99까지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도 코스닥은 0.86% 내린 697.24에 머무르며 700선을 좀체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코스피가 회복세가 빠른 이유로는 외국인의 견조한 수급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코스피에서는 외국인이 2127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일 시장이 출렁일 때에도 외국인은 무려 7445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하락을 방어하는 일등공신이었다. 반면 코스닥에서는 외국인, 기관이 각각 22억원, 461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이 719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급구조가 취약한 상황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는 외국인의 견조한 매수세가 이어지며 안전판이 마련돼 있지만 코스닥은 그렇지 못해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며 "코스닥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는 점도 변동성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스피·코스닥 모두 장중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일 코스피의 경우 고점-저점간 격차가 35.35포인트로 지난해 12월18일(37.51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지난해 12월18일은 종가기준으로 코스피가 10개월만에 1900이 깨졌던 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전일의 변동폭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코스닥 역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전일 코스닥의 고점-저점간 격차는 44.61포인트로 40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 변동폭도 연중 가장 큰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들어 큰 조정없이 상승장세를 지속해 온 코스피·코스닥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코스피, 코스닥이 각각 수년래 고점을 연일 경신하고 실적시즌을 통해 현재의 상승세가 정당한지 테스트받기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불거진 내츄럴엔도텍 사태가 시장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는 얘기다.

전일 '가짜 백수오' 논란이 불거진 내츄럴엔도텍이 하한가로 추락하면서 촉발된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에서의 동반투매는 현재의 상승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는 점을 방증한다.

특히 내츄럴엔도텍과 같은 업종으로 분류되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관련주들의 낙폭이 시장낙폭에 비해 더 크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현재 코스피시장에서 의약품 업종지수는 1.65% 하락, 시장대비 크게 낮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코스닥에서도 제약업종 지수는 2% 이상 하락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송흥익 대우증권 연구원은 "내츄럴엔도텍 여파로 코스닥의 셀트리온 등 바이오주는 물론 코스피의 한미약품, LG생명과학 등 대형 제약주들의 주가도 동반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일부 바이오 종목의 성과나 부풀려졌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변동성이 한국증시 전반의 상승추세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들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의 오 팀장은 "투자심리가 흔들린 점이 걸리지만 코스피는 외국인이 워낙 강하게 유입되고 있어 1~2주 쉬어갈 수는 있어도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코스닥은 전체적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상황이라 이번 내츄럴엔도텍 사태가 조정빌미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대우증권의 송 연구원도 이번 내츄럴엔도텍 사태가 증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본다는 점에서 의견이 같다. 하지만 코스닥에 대해서도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은 후 재차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는 점에서 오 팀장과 다소 차이가 있다.

송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에서 여전히 바이오·헬스케어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내츄럴엔도텍 한 종목에서 발생한 잡음이 업종 및 시장전반의 상승세를 훼손시킨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 "글로벌 유동성이 여전히 좋은 상황인데다 미국 바이오주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내츄럴엔도텍 1개 종목의 이슈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