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임상3상 진입 성공한 토종 바이오사업가의 꿈

문은상 신라젠 대표/사진제공=신라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전 세계 허가기관 중 신약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승인 절차가 가장 까다롭다. 그래서 FDA 승인을 받은 의약품은 어느 나라에서도 인정 받는다. 특히 미국은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신약개발회사들이 가장 높은 허들(장벽)인 FDA 신약승인에 도전하는 이유다.

한국 토종 바이오기업 신라젠은 27일 간암 항암바이러스 후보물질 펙사벡(개발명 JX-594)에 대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임상3상 시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신라젠은 지난 13일 FDA로부터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3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메이드 인 코리아'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겠다는 꿈에 한발 다가섰다"며 "임상3상 시험을 하는데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만 자력으로 신약개발 까지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신라젠은 올 상반기부터 21개국 120여개 병원에서 600명의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 글로벌 임상3상 시험 돌입한다. 국내 제약업체 가운데 미 FDA로부터 일부국가가 아닌 다국가 3상 승인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라젠은 천연두 백신에 사용됐던 백시니아(우두 바이러스) 바이러스가 정상 세포는 공격하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신라젠은 펙사벡에 대해 임상2상 시험까지 진행했으며 시한부 간암환자 35명 중 23명에서 암이 줄어드는 결과를 얻었고 이 중 2명에서 암이 모두 사라지는 완전관해(CR)가 확인됐다. 문 대표는 "기존 항암제는 생명을 늘리는 연명치료에 도전하지만 펙사벡은 암을 완치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젠은 이 기술 하나로 지금까지 1700억원의 자금을 개인투자자, 벤처캐피탈,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 받았다. 문 대표는 "펙사벡이 세계 유일의 간암 치료제인 독일 바이엘사의 넥사바를 능가하는 효능이 있다는 점을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했다"며 "혁신적 치료제가 될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에 자금을 투자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라젠이 펙사벡을 미국 제네렉스사로부터 사들이고 연구를 진행하는데 700억원이 들었다. 앞으로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하는데 820억원의 임상시험 비용이 더 들어갈 전망이다. 이 가운데 400억원은 신라젠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펙사벡 기술을 사 간 파트너 회사들이 부담한다.

문 대표는 "현재 800억 정도의 여유자금이 있어 임상3상 시험을 직접 할 수 있는 재정적인 부담은 없다"면서도 "간암 뿐 아니라 유방암, 방광암 등 다른 암으로 펙사벡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라젠이 내년 상반기 기술성평가를 통해 주식시장 입성을 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표는 "여러 차례의 임상시험을 통해 항암효과가 확인된 펙사벡을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내놓고 싶다"며 "펙사벡이 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날을 기대 한다"고 밝혔다.

신라젠은 펙사벡보다 효능이 탁월한 새로운 항암바이러스 후보물질(JX-929)도 개발하고 있다. 이 후보물질의 경우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이 입증되면 글로벌제약사 등에 라이선스아웃(기술수출)해 신약 개발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이다. 문 대표는 "암을 정복한 승리자는 남들이 두려워하는 새로운 길을 과감히 선택한 용기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며 "신라젠이 그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