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지방이주 직원들에 매달 책 선물, 독서경영 해보니...

장주옥 동서발전 사장(오른쪽)이 직원들과 환담하고 있다./사진=동서발전

#동서발전 전 사업장 직원들은 이달 초 장주옥 사장의 이름이 찍힌 택배를 하나씩 받았다. 포장을 뜯어보니 내용물은 '품격경영' 책. 신성대 동문선출판사 회장이 지은 이 책은 배려와 자기존엄, 품격을 통해 일류로 가는 길을 역설한다. 독서경영을 몸소 실천 중인 장 사장의 '이달의 추천도서'였다.


지방으로 대거 이주한 공공기관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단신으로 부임하는 직원들의 여가생활 문제다. 좁은 원룸에 독수공방하면서 외로움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적잖다. 그렇다고 교육인프라가 서울에 모두 갖춰진 상황에서 가족 동반이주를 무조건 강제할 수는 없다. 주택문제를 회사가 100% 해결해줄 수 없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울산으로 본사를 옮긴 동서발전은 그래서 더 눈길을 끈다. 지방이전추진단 집계에 따르면 전체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의 가족동반 이주율은 23%에 불과하다. 울산지역의 경우에도 26%에 그쳤다. 하지만 동서발전은 울산 이전 1년만에 가족을 동반해 지역으로 이주한 직원의 비율이 40%에 달했다. 공공기관 중 거의 최고 수준이다.

비결은 '독서경영'으로 대표되는 장주옥 동서발전 사장 주도 HRD(인적자원개발) 프로그램이다. 장 사장은 수시로 "직원은 물론 직원 가족을 위한 HRD 프로그램을 새로 발굴하라"고 지시한다. 금전적 복지 뿐 아니라 비금전적 복지, 즉 교육복지 실현에 특히 관심이 크다.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는 독서경영은 그 일환이다.

독서경영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독서문화진흥 4개년 계획에 기초한 것이다. 본사 내 북카페를 조성하고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책의 힘은 상당했다. 자칫 술 일변도로 흐를 수 있었던 단신부임 직원들의 퇴근 후 여가시간이 책으로 채워졌다. 이주한 직원과 가족들의 주말시간도 독서로 채워졌다. 직원 문화생활은 물론 개개인의 역량 향상에도 큰 영향을 줬다.


동서발전은 이공계 위주의 인력구성을 감안해 전사적 독서경영 프로그램인 '책으로 여는 EWP(동서발전) 르네상스'를 전면 시행중이다. 독서습관화를 위한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 발굴과 독서환경 구축 등을 통해 2014년 공기업 최초 독서경영 우수직장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동서발전은 사내 직원교육에 앞서 집단심층면접을 통해 직원들이 원하는 교육 방향을 분석, 교육계획에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교육 이후에는 성공사례 평가기법(SCM)을 통해 교육을 더욱 내실화한다.

여성인재 육성전략도 높은 가족동반 이주율의 비결이다. 장 사장은 "성별에 차별 없는 능력과 역량중심의 공정한 인사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이사회를 별도로 두고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해 리더십을 키울 수 있도록 하며 근로시간 단축, 육아휴직 확대, 경력단절자를 위한 인큐베이팅 교육시스템 등 제도적 인프라도 구축,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직원들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선진 자원개발 및 경영기법습득을 위한 전문 MBA과정과 해외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사업 추진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해외사업 전문인력 양성제도인 글로벌 파이오니어(Global Pioneer)를 통해 육성된 인력을 실질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각종 해외사업 관련 실무 및 학술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졸 사원을 위한 사내대학 개설도 장 사장의 인재욕심을 잘 보여준다. 동서발전은 고졸사원을 전문 엔지니어로 양성하기 위해 공기업 최초로 사내대학을 개설했다. 올해는 호남권에 사내대학을 신설해 사내대학 전국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고졸사원의 학위취득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장 사장은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최근 한국HRD협회가 주는 HRD경영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 사장은 "직원들을 위한 HRD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모든 직원이 회사의 핵심 인재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