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금융권 취업 천기누설] "포장만 잘 된 지원자 걸러낸다"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갔을 때 현지인들과 밴드를 구성해 버스킹(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얻기 위해 길거리에서 연주와 노래를 하는 활동)을 즐겼습니다. 막 호주로 건너갔던 때라 말도 안통했지만, 평소 음악을 즐겼던만큼 직접 호주인들과 부딪혀 팀을 구성하고, 거리 공연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렸습니다'


올해 상반기 아프로서비스그룹 공개채용에서 입사에 성공해 현재 연수를 받고 있는 A씨가 자기소개서에 쓴 내용이다.

금융그룹인 아프로서비스그룹에 지원하면서 금융분야에 대한 강점을 전혀 나타내지 않았지만, A씨는 당당히 합격을 했다. 어떤 환경에서라도 누구라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 서비스 업무를 하는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등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을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120여명을 채용했으며, 하반기에는 약 18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하반기 공채는 9월말 또는 10월초 시작해 11월 최종합격자 발표와 부서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은 2700여명이 지원해 22.8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채용 과정은 서류전형 후 1차 실무진 면접, 2차 경영진 면접 등으로 진행된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금융회사이고, 금융업은 고객과 직접 대면하고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 모든 업무의 기본이다. 따라서 서비스 업무를 잘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적으로 본다. 채용과정 역시 최고의 서비스 마인드를 가진 지원자를 선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아프로서비스그룹 관계자는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스타를 보면 심사위원인 박진영씨가 뛰어난 지원자에게 하는 극찬 중 '남들은 배울 수 없는 무엇인가를 가졌다'는게 있다"며 "서비스 마인드도 아무나 뽑아서 가르친다고 해서 익혀지지 않는 것으로 타고나거나 20~30년의 인생을 살아오며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서비스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찾기 위해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입사 원서를 받았을 때 이력서를 보기 전 자기소개서를 먼저 본다. 학력, 영어점수 등으로 1차적으로 거르는 것이 없다는 의미다.

자기소개서의 주요 질문 중에는 아프로스비스그룹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 중 자신이 어떤 부분에 가장 강점을 자기고 있는지 기술하라는 것이 있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의 핵심가치는 '계·속·전·진'이다. '업계개혁, 고객약속, 전진, 진정성'에서 한글자씩 따왔다. 이러한 핵심가치를 완벽히 이해하는 지원자만이 스스로를 왜 자신이 이 회사에 가장 적합한지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질문이다.

단 자기소개서에는 어떤 항목도 약점을 묻는 것은 없다. 일부 다른 기업 중에서는 장·단점, 자신의 보완점 등을 묻는 것과는 다르다. 약점은 직접 대면하는 면접을 통해서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자기소개서에서는 최대한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면접 과정은 소위 '포장만 잘 된 지원자'를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아프로서비스그룹 관계자는 "최근 입사지원자들은 준비가 너무 잘 돼 있어, 때로는 지나치게 훌륭하고 예쁘게 포장을 해 오는 사람들이 있다"며 "채용과정은 양파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채용만을 위한 준비로 겉으로만 그럴싸 해보이는 사람들은 껍질을 벗길 때 마다 두려워하는 것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포장만 잘 된 지원자를 걸러내기 위해서 면접에서는 오로지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을 하는지만 평가 요소로 본다. 지원자의 외모 등에 대해서는 전혀 무게를 두지 않는다.

자기소개서 상으로는 화려함을 자랑하지만 면접을 통해 보니 실속이 없어 보인다고 판단되면, 이 사람이 정말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다시 확인하기 위해 소위 압박면접을 실시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는 포장이 아닌 진짜 역량을 갖춘 사람인지 판단하기 위한 면접이지만, 답변은 역시 서비스 마인드를 잘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좋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입사지원을 하지 않고, 그룹으로 지원을 하게 된다. 이후 연수가 끝나고 사령식에서 각자 자신의 어느 계열사로 가게 되는지 알게 된다. 계열사 배치는 직원의 주거지역 등을 고려해 정한다.

어느 계열사를 가던지 처음 맡게 되는 업무는 대부업, 여신 취급 등 소비자금융 분야다. 회사 방침 중 하나가 기본적으로 영업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다는 것인만큼, 신입 때부터 영업 현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소 1년의 기간 동안 영업 현장에서 일을 하고 이후 본사 등으로 다시 배치가 된다.

이에 따라 면접 질문 중 자주나오는 것이 "연체 고객과 통화했을 때 상대 고객이 정말 돈이 없다고 할 때 어떤 말을 하겠냐"와 같은 것이다. 소비자금융 업무에 있어 채권 관리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다양한 대답이 가능하지만, 서비스 마인드를 나타낼 수 있으면 1차적으로 합격점이다. 여기에 더해 전문성까지 나타낼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예를 들어 "저는 CFP(국제재무설계사), AFPK(한국자산설계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의 강점을 활용해 고객에게 연체로 인해 신용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현재 상환이 어렵다 하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 가능한 상환을 해야한다는 점을 이야기한 후 어떠한 지원이 가능한지도 소개하겠습니다"와 같은 답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전재권 아프로스비스그룹 인사기획팀 대리(채용담당)는 "최근 흔히 하는 말로 이력서를 '컨트롤 C, 컨트롤 V(복사해 붙여넣기)' 하는 사람이 많아 시스템적으로도 붙여넣기를 못하고 직접 타자를 쳐야만 하도록 했다"며 "워낙 취업이 어렵다 보니 요즘 많게는 40~50개의 이력서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숫자만 늘리는 것은 결코 취업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며, 지원수를 절반 이하로 줄이더라도 실질적으로 그 회사가 무슨일을 하는지 충분한 고민을 해보고 지원을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