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실적·주가 괴리심화, 변동성 커지나

내츄럴엔도텍 (2,450원 ▼65 -2.58%)의 '가짜 백수오' 사태로 코스닥시장이 지난 24일까지 사흘째 조정을 받은 가운데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올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해온 코스닥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26일 투자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증권사 분석 대상인 코스닥 상장사 130개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24일 기준으로 1조825억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 추정치(1조2403억원)에 비해 12.73% 낮아진 수준이다.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는 동안 코스닥지수는 590선에서 690선으로 17%가량 급등했다.

종목에서도 이같은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조사 대상 130개사 중 1/3에 이르는 43개사는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는데도 주가는 반대로 올랐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비아트론 (8,380원 ▼160 -1.87%)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3개월 전 38억8100만원 흑자에서 현재 18억원 적자로 큰 폭으로 내려갔는데도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918억원에서 1412억원으로 54% 늘어났다.

테라세미콘 (16,000원 ▲450 +2.9%), 인선이엔티 (6,220원 ▼10 -0.16%), 유진테크 (48,700원 ▼2,500 -4.88%), 에스맥, 유니테스트 등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최근 3개월간 50~73% 하향 조정됐음에도 시가총액 증가율은 같은 기간 최소 11%에서 최고 36%에 달했다. 코스온 (176원 ▼14 -7.37%), 동화기업 (56,300원 ▲2,700 +5.04%), 코오롱생명과학 등도 실적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조정됐지만 시가총액 증가율은 60~90%대에 달했다.

실적 흐름과 상관없이 주가가 급등하는 '묻지마 상승세'는 올들어 두드러진 현상이다. 현재 코스닥 상장종목 1058개사 중 올들어 주가가 오른 종목은 906개사(85.6%)에 달한다. 코스닥 종목을 섹터별로 묶은 29개 중분류 업종지수 중에서도 올들어 약 4개월간 하락한 업종은 인터넷업종(-2.11%) 하나뿐이다.


올초만 해도 코스닥시장의 상승세를 견인한 주체는 기관이었다. 대형주 위주의 코스피지수가 대내외 불안요인으로 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하자 기관들이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 여력이 높은 코스닥시장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하순부터 글로벌 유동성 증가로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연일 순매수하면서 코스닥시장의 상승세도 가팔라졌다.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보를 본격화한 것을 계기로 개인과 기관이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고 이 자금을 코스닥시장에 쏟아부었기 때문. 올들어 코스피·코스닥의 동반강세 흐름을 만들어낸 수급 선순환구조는 이렇게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사태가 터지면서 코스닥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도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지난 22~24일 사흘간 코스닥시장의 장중 고점-저점간 격차는 16.12포인트에서 44.61포인트에 달했다. 올들어 가장 큰 고점-저점격차다. 최근 사흘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018억원, 2312억원씩을 코스닥에서 순매도한 것도 코스닥에 대한 불안감을 방증한다는 평가다. 개인만 코스닥에서 33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코스피시장에서는 이미 실적시즌이 절반 가량 진행됐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5월이 돼야 주요 종목들이 실적을 내놓는다. 현재로선 코스닥 종목의 실적 가시성이 더 낮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코스닥을 둘러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변동성의 주요 원인은 1분기 실적시즌 진입에 따른 코스피-코스닥 실적 접근성의 차이에 있다"며 "코스피 729개 기업 중 증권사가 분석하는 기업은 202개로 전체 순이익의 90%를 포괄하지만 코스닥에서 증권사 분석대상 기업은 1037개 중 80개로 전체 순이익의 31%밖에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입장에서 코스피 종목들은 실적이 양호해 순매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반면 코스닥 종목은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 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