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노동절, 준법 집회 한다면 차벽 없을 것"

강신명 경찰청장은 다음달 1일 예고된 대규모 노동절 집회와 관련해 "집회 주최 측에서 준법하고 신고된 행진 코스로 행진한다면 지난 주말처럼 차벽 없는 집회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청장은 2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정례간담회를 갖고 "차벽 설치 요건을 중대하고 명백하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로 한정한 헌법재판소의 취지를 전적으로 존중하고 불법도로점거, 경찰관에 대한 폭행이 있을때만 운영하도록 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강 청장은 또 "이번 주말 공무원 집회의 경우 일정 인원이 넘어서면 프라자호텔 쪽까지 집회장소로 다 내어주라고 결정했다"며 "5·1집회도 준법을 하겠다고 하면 교통 불편 최소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공간을 내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지난 18일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경찰버스 차벽을 사용한 것이 '남용' 논란을 낳은 데 대해 "차벽의 경우 미신고집회라든지 불법도로점거에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집시법에서 규정하는 '질서유지선'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며 "다만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불법행위의 예방과 저지, 위험의 예방 등을 통해 즉시강제로서 취하는 조치로 정의하고 사실상 질서유지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공식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1만명의 사람이 아무 예고 없이 (차도를) 전면 점거해서 기세를 몰아 광화문광장으로 올라가는 행위는 분명 공공의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며 "경직법상 즉시강제로 차벽설치 요건에 해당되기 때문에 설치했고 이런 원칙을 앞으로도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서 경찰이 과도한 양의 캡사이신을 집회 참가자를 향해 쐈다는 지적에 대해선 "버스에 밧줄을 걸어 틈을 갈라서 그 틈으로 나와 경찰관에 폭행을 가해 74명의 경찰관이 다쳤는데 버스에 밧줄 걸어 당긴 건 2008년 이후 처음"이라며 "시위대의 무차별 폭력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태극기를 불태운 시위 참가자의 신원 파악과 관련해선 "아직까지 파악은 안됐고 여러가지 수사기법을 동원해서 수사 중"이라며 "본인이 출석해서 떳떳하게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된 이모씨에 대해 증거보강을 거쳐 영장을 재신청했다.

한편 강 청장은 전북 전주교도소를 나와 잠적한 무기수 홍승만(47)과 관련 "6개 지방경찰청에 전담팀 62명을 구성하고 검거시 경감 이하 특진을 지시했다"며 "무기수가 재범을 하거나 잠적하는 일이 없도록 조속히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