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라파즈, 동양시멘트 인수전 진퇴양난

시멘트기업 라파즈그룹이 국내 2위 업체인 동양시멘트를 인수해 국내 시멘트시장 1위를 노린다. 다만 공룡기업 탄생으로 독과점을 우려한 국내 시멘트업계의 견제와 인수 후 시멘트 원료 운송비 부담은 고민거리다.


27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라파즈는 동양시멘트를 인수하기 위해 바클레이즈캐피탈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인수전을 준비 중이다. 국내 5위의 시멘트업체인 라파즈한라(구 한라시멘트)를 보유한 라파즈그룹은 동양시멘트를 인수해 국내 1위 자리를 노린다.

시멘트시장 1위가 되면 건설사, 정부 등과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내수 출하량이 2013년 기준 557만톤으로 5위인 라파즈한라가 563만톤으로 2위인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면 총 1120만톤의 출하량으로 현재 업계 1위인 쌍용양회(906만톤)를 제친다. 수출 물량을 더해도 라파즈한라와 동양시멘트가 1547만톤으로 쌍용양회 1367만톤을 넘어서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라파즈한라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뒤 쌍용양회와 공조하면 시장점유율 46.4%, 생산능력 54.1%의 양대 과점사로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양회와 공조하면 정부 정책까지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며 "라파즈그룹이 1위 프리미엄으로 꼽히는 유·무형의 이익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라파즈그룹이 동양시멘트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를 광산 부족 때문으로 분석한다. 라파즈한라는 2012년 9월에 강원도 강릉에 보유한 옥계광산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멘트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시신을 찾기 위한 작업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데다 옥계 광산의 매장량이 얼마 남지 않아 대체 광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라파즈그룹을 견제하는 움직임도 만만찮다. 라파즈그룹은 2000년에 한라시멘트를 인수한 뒤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시멘트 판매가격을 낮춰 경쟁업체들의 원성을 샀다. 라파즈그룹의 공격적인 경영으로 2003년 당시 톤당 6만7000원이던 시멘트 가격은 2006년 톤당 4만8000원으로 내려갔다.

업계는 라파즈그룹이 동양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이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08년 당시 동양시멘트 지분 25%를 보유한 라파즈그룹은 동양시멘트와 합병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당시 산업은행은 동양시멘트의 최대주주였던 동양메이저에 1400억원을 대출해 라파즈그룹이 보유한 동양시멘트 지분 25%를 되사올 수 있도록 했다.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동양시멘트의 삼척 광산과 라파즈한라의 옥계공장간 거리 등을 감안했을 때 운송비 부담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라파즈그룹은 세계 시멘트업계 1위 홀심과 합병을 추진하면서 해외 시멘트 업계에게서도 견제를 당하고 있다"며 "국내 시멘트 업계도 라파즈가 동양시멘트 인수로 독과점 체제를 갖추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