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불편한진실 마주한 정부, 성장률 대폭 낮춘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대폭 낮춘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째 내수침체가 이어지고,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해준 수출마저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27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6월 '2015년 하반기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 예측치를 기존 3.8%에서 3.0~3.3%로 대폭 낮출 전망이다. 이에앞서 IMF의 전망치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한은의 성장률 조정 등을 반영해 IMF가 전망치를 다시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선 대내외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가 3%초반으로 수렴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추락하는 한국경제... 아직 올해의 1/3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률 하락 얘기가 나오는 건 우리나라 거시경제 지표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우려했던 올해 1분기 성장률(전기비)이 0.8%로, 4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4분기엔 세수부족에 따른 재정지출 감소로 0.3%에 머물렀다. 통상적으로 직전 분기 성장률이 낮은 경우 기저효과로 인해 다음 분기에선 반등하는데, 올 1분기에도 0%대를 기록했다는건 경기회복세가 그만큼 미약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이달 초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0.9%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3월까지 4개월 연속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였다. 특히 담뱃값 인상 효과를 빼면 물가상승률은 두 달째 마이너스였다. 여기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위태롭다. 1~3월 수출은 1336억4300만달러로, 2014년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했다.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4월 들어서도 수출은 계속 줄었다. 20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나 감소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다음달 지나봐야 알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IMF를 비롯해 다른 조사 기관과 마찬가지로 기존 예상치보단 떨어질 것"이라며 "내수와 수출이 살아나지 않는 이상 성장률 하락폭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서다 = 경제정책방향을 고민하는 정부의 출발점은 저성장 국면에 대한 인정이다. 과도한 부양보다 현 국면을 토대로 경제 정책을 검토한다는 의미다. 오는 6월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구체적인 수치 등을 공개할 예정인데 성장률과 물가 등 6개월만에 거시지표 수치가 낮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불편한 진실이란 표현을 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수년째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고 진단하면서, 국민들에게 고성장의 시대는 오지 않을 거라는 '불편한 진실'을 인지시켰다. 최 부총리는 지난 24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열린 관광산업 활성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경제성장률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건 과거와 달리 저성장국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세수부족 문제도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끌어가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민들의 눈높이다. 국민들이 저성장이란 '불편한 진실'을 인정할 수 있느냐다. 유경준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과거처럼 7% 이상 고성장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경제 규모를 따졌을 때 우리나라는 4% 성장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구조개혁을 통해 4% 성장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치에 집착하지 말고 현실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경제 여건을 제대로 몰라서 지난해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6.1%에서 4.7%로 내린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본질을 말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정부가 국민들에게 거짓이 아닌 진실을 얘기하면서, 본질을 제대로 바라보고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의 투자 활성화 정책들이 언제 효과를 발휘할 지 의문이다"며 "내부적으로 경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불확실성을 없애줘야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