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vs씨티그룹, 소송전 살아난 불씨…과거 무슨일이?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우리은행이 씨티그룹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내막은 금융위기에 앞서 지난 2007년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기록한 손실 가운데 일부인 9500만 달러를 되돌려달라는 소송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금융위기 당시 CDO와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대거 투자했다가 총 15억달러(1조6060억원 상당)를 상각해야 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후 손실을 일부 돌려달라며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등 해외 은행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 가운데 씨티그룹과 최근까지 자존심을 건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뉴욕연방항소법원은 지난 22일 우리은행이 패소한 원심의 판결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다시 연방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그룹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불씨를 되살려낸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7년 3월 씨티그룹이 판매한 CDO에 2500만달러를 투자했다가 해당 상품이 같은해 12월 부도(채무불이행)가 나면서 2008년 8월 이를 전액 상각했다.

우리은행은 이후 소송가능성을 검토해오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2011년 골드만삭스를 제소해 5억5000만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내자 승소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2012년 5월 우리은행을 상대로 금융위기 이전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했던 씨티그룹, 메릴린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씨티그룹에 제기한 소송액수는 9500만달러다. 씨티그룹에 대한 피해액수는 2500만달러지만 금융위기에 앞서 고의로 부실을 감추고 CDO를 판매해 부당이득을 얻은 책임에 대해 징벌적 배상 책임까지 더해 9500만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미국 1심 재판부는 지난 2013년 3월 당시 한국법상 소송기한인 3년을 넘겨 뒤늦게 소송을 제기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우리은행은 이에 뉴욕항소법원에 항고심을 청구했고, 결국 이번에 원심 파기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번 판결로 우리은행이 다시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를 상대로 벌인 손해배상소송에서는 패소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씨티그룹과의 소송을 다시 원심으로 되돌려보냈다는 것은 원점에서 시작한다는 의미"라면서 "승소 가능성은 5대 5로 보고 있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