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고객사에 갑질 일삼던 오라클, 공정위 철퇴에 '유구무언'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세종=정진우 기자

미국계 IT 기업 오라클이 한국 시장에서 끼워팔기 등 불공정 행위를 하다 당국에 적발됐다. 업계는 오라클의 고질적인 '갑질 행위'의 뿌리가 뽑힐 것으로 기대하며 반기는 분위기다.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은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라클이 제품 끼워팔기 등을 통해 소비자가 다른 제품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하는 불공정 행위를 확인했다"며 "오라클에 대해 심사보고서를 정리해 위원회 상정을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이날 공정위의 공식발표가 나왔음에도 오라클은 "공정위로부터 공식적으로 관련 내용을 전달받기 전까지는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이례적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그동안 오라클의 관행을 '울며 겨자먹기'로 감내해야 했다. 오라클은 이번 공정위 조사에서 파악한 끼워팔기 횡포 외에도 국내 업체 대비 두 배 가량 높은 유지보수 요율을 고객사들에 부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소프트웨어업체 관계자는 "오라클이 우리나라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 6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공룡기업이다 보니 섣불리 제보를 했다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들을 해 왔다"며 "오라클이 유지보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차기 버전을 높은 가격에 끼워팔거나 유지보수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을 주지 않는 등의 갑질 횡포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번 공정위 제재로 오라클이 그동안 전 세계시장에서 쌓아온 명성에도 금이 가게 됐다. 오라클은 공정위가 올해 2월 ICT업종 전담팀을 구성한 이후 첫 번째 제재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오라클 내부적으로도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오라클의 불공정행위가 10년 이상 지속돼 왔다는 점에서 과징금 액수도 상당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오라클의 이번 행위에 수 백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라클의 끼워팔기 행위 같은 경우 매출액의 3%가 과징금으로 부과되는 탓에 245억원(8175억원X3%) 안팎의 과징금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위는 향후 3주간 소명 기회도 주고 그러면 6월 혹은 7월쯤 제재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오라클은 지난 2006년 DBMS와 웹애플리케이션 서버(WAS)를 함께 구매하는 고객에게 WAS를 헐값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끼워팔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정위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