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단기방학인데"…시행학교 통계도 없는 교육부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단기방학을 실시하지만 교육부는 정확한 시행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육부는 작년 이맘때 이와 비슷한 지적을 받았으나, 그동안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대책에 끌려가는 모양새다. 자녀들을 둔 가정, 특히 맞벌이 부부 가정의 경우 뾰족한 아이 돌봄 대책없이 속앓이만 하고 있다.


28일 교육부와 문체부 등에 따르면 봄·가을방학, 이른바 '단기방학'이 올해부터 처음 도입된다. 보통 노동절인 다음달 1일부터 시작해 어린이날인 5일까지 5일 연속으로 쉬는 학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울의 일부 학교는 무려 10일까지도 쉰다.

단기방학이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데다 전국적인 차원에서 일제 진행되는데도 교육부는 시행하는 학교의 통계 현황도 집계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이를 발표할 당시에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의 자녀 돌봄 운영이나 고3의 경우 수능 이전 가을휴가의 적용 문제 등 별도의 운영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지만 모두 일선 학교에 떠넘긴 실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단기방학에 대한 현황 정도만 있고 명확한 통계는 없다"며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도입 여부를 결정한 만큼 이 기간 중에는 학교 도서관 개방이나 돌봄교실을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교육당국이 단기방학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당초 이 내용 자체가 교육부가 아닌 문체부에서 기획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해 2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를 통해 봄·가을에 '관광주간'을 신설하고, 여기에 맞춰 초·중·고교의 단기방학을 유도한다는 방침으로 구체적인 시행 일정까지 내놓은 바 있다.


당시에도 양 부처간 협업 문제로 졸속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적이 있는 탓에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단기방학 시행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체부는 교육부와 달리 관광주간을 단기방학과 연계해 각종 홍보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지역이나 가정, 각급 학교 등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전면 시행하다보니 관련 대책이 형식적이거나 개별 학교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방학의 취지에는 크게 공감하는 편이나 중·고등학생과 달리 보호가 필요한 맞벌이 부부의 초등학생 자녀 돌봄 대책이 부족하다"며 "결국 교육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부족해 관광활성화와 같은 단순 경제논리에 교육이 수단으로 밀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