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6007억원에 금호산업 사겠다" 단독 입찰

금호산업 (4,195원 ▼5 -0.12%) 인수합병(M&A)에 단독 응찰한 호반건설이 채권단에 6007억 원의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호반건설이 제시한 금액에 금호산업을 되살 수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자금 부담을 덜게 돼 유리한 국면을 맞게 됐다. 다만 채권단이 당초 기대한 입찰가에 못 미치는 액수여서 유찰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김상열 회장이 이끄는 호반건설은 본입찰 마감시한인 이날 오후 3시쯤 6007억 원에 채권단 보유지분(57.5%, 1943만여주)을 인수하겠다는 내용의 입찰제안서를 단독으로 제출했다. 금호산업 보통주 가격으로 환산하면 주당 3만907원 선을 책정한 것이다.


시장에선 금호산업 자회사이자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해 호반건설이 1조원 안팎의 인수가를 써낼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이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적어낸 것이다. 인수자문사인 EY한영은 실사 후 금호산업 가치(경영권 프리미엄 포함)를 6000억 원 미만으로 산정하고 호반건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인수자문사의 보고 결과를 막판 검토한 후 적정 입찰금액을 6007억 원으로 결정했다. 업계에선 김 회장이 금호아시아나와 호반건설이 대립하는 데 대한 호남 지역의 정서적 우려 등을 반영해 사실상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 인수전은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박 회장의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박 회장이 6007억 원 이상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하면 금호산업을 다시 품에 넣을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현재 진행 중인 외부 자금조달 작업을 진행하고 채권단의 결정을 지켜본 후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그러나 호반건설이 기대에 못 미치는 가격을 써냈다는 점에서 채권단이 유찰을 결정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5년 동안 막대한 자금지원을 했던 채권단이 6007억 원의 금액을 수용할 경우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날 오후 7시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지를 논의할 계획이다.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 29일 공식 발표를 거쳐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 의사를 타진하는 절차를 밟는다.

채권단이 유찰을 결정하면 재입찰에 나설 지, 자체 산정한 금호산업 매각 금액을 토대로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 수용 여부를 문의할 지 재논의에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금호산업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