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츄럴엔도텍, 신용-주식대출 깡통계좌 '속출'

"내츄럴엔도텍 (2,450원 ▼65 -2.58%) 반대매매가 나간 깡통계좌 사후정산과 담보비율 부족경고 통보 때문에 지금 정신이 없습니다. 통화는 나중에…."


30일 오전 제2금융권에서 주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직원에 전화를 걸자마자 돌아온 대답이다. 수차례 통화시도 끝에 어렵사리 연락이 닿았는데, 말을 걸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 또 다른 업체는 계속 통화중이었다.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논란이 결국 사실로 굳어지며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주가급락으로 인한 손실이 커지는 가운데 신용거래나 주식담보대출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한 투자자들의 계좌는 빈 깡통이 됐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가짜 백수오 논란이 지펴지기 직전인 이달 21일 기준 내츄럴엔도텍의 신용거래잔고는 총 74만4800주다. 당시 주가 8만6600원(종가기준)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64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저축은행을 비롯해 일부 증권사와 사설대출업체 등에서 나간 주식담보대출을 더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일으킨 레버리지는 1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가짜 백수오 파동이 벌어진 후 신용거래잔고는 다소 축소됐으나 아직도 남아있는 수량이 상당하다. 29일 기준 잔고수량은 54만1500여주로 잔고금액은 312억원 가량이다.

문제는 이후 주가전망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날 식약처는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제품을 조사한 결과, 식품원료로 쓰지 못하는 이엽우피소가 혼입돼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엽우피소를 이용해 제품을 제조한 업체들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나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는다. 건강기능식품은 2개월 품목제조정지 , 일반식품은 15일 정지가 가능하고 해당제품은 회수·폐기 조치가 이뤄진다.

주가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잠재 깡통계좌가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증권사들은 통상 신용거래 담보비율을 140% 안팎에서 유지하고 있으며 저축은행 등은 120% 선에서 잡는다.

레버리지 비율만 놓고 보면 증권사는 원금의 2배 가량이고 저축은행, 사설대출업체 등은 최대 4배까지 가능한 곳도 있다. 1억원으로 3억원 대출을 받아 총 4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다면 25%만 주가가 빠져도 원금이 모두 날라가는 셈이다.

현재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4만100원으로 최고가(9만1000원, 종가기준) 대비 56% 하락한 상태로 이미 깡통계좌가 많이 발생했다.

내츄럴엔도텍의 시가총액은 이달 21일 1조6743억원에서 30일 6593억원으로 1조150억원 가량 감소했다. 7거래일 가운데 하루를 제외한 6일간 하한가를 기록한 결과다. 한 때 9위까지 올랐던 코스닥 시총순위도 현재는 42위로 밀려 내려갔다.

한 주식담보대출 전문업체에서는 최근까지 총 100억원의 반대매매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후에도 나올 물량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증권사에서도 반대매매가 취해지는 곳들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내츄럴엔도텍의 경우 한 때 시가총액이 2조원으로 코스닥 9위에 오르기도 했고 사업성도 좋아 신용거래와 주식담보대출이 많았다"며 "대부분 계좌는 주가가 급락하며 반대매매 조치가 이뤄졌고 현재 원금 이상 손실분에 대한 처리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내츄럴엔도텍처럼 한 종목이 급락하면 계좌에 있는 다른 종목들도 반대매매가 나가기 때문에 신용거래가 많은 코스닥 종목 전반에 악영향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 신용 융자 잔고는 각각 3조5000억원, 3조9000원에 달한다. '주가하락→신용거래 반대매매→주가하락 전이' 형태로 진행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이렇다 할 이유 없이 시장가 매도물량이 등장해 급작스런 약세를 보인 종목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체적으로 볼 때 내츄럴엔도텍 신용거래가 많았던 건 사실이나, 주가가 낮았을 때 들어온 자금이 많았다"며 "일부 깡통계좌가 발생하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우려했던 것 같은 타격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증권사나 대출업체 입장에서 볼 때는 손실이 크지 않았다고 할 수 있으나 원금을 모두 날린 투자자들도 상당하다는 점이 문제"라며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예상보다 큰 건 사실이고, 원금 이상의 손실을 봐서 추가로 자금을 입금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