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제일 먹고싶던 16세 소녀, 철인3종 銀획득기

/사진제공=대한트라이애슬론 연맹

1년 만의 금의환향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가 된 그 시발점이 됐던 전국 대회를 다시 찾아서 입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1 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달 티브로드가 후원하는 천안듀애슬론대회(달리기와 싸이클로 구성된 철인2종 경기)에서 정혜림 선수(충남 온양고1)는 입상자들 가운데 단연 화제의 인물이다. 정 선수는 정확히 1년 전 같은 장소에서 입상, 당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팀 감독의 눈에 띄면서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영광을 안았기 때문.

그는 1년 사이 트라이애슬론 ‘초보’ 선수에서 국가대표팀 ‘유망주’로 성장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나이를 생각하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운동에 입문한 초반부터 ‘유망주’는 아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수영하는 친구를 따라 시작해 중학교 2학년때 까지 수영선수로 활동했지만, 국가대표는 생각하지 못했다.

“수영부 시절 체력 훈련으로 달리기를 많이 했어요. 학교 육상부와 훈련 시간이 늘 겹쳤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우연이 저에게는 행운이었죠. 육상부 코치님이 저에게 달리기 소질이 있다고 하셔서 육상대회에 여러 번 출전했고 결국 트라이애슬론과 인연을 맺게 됐어요.”


중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던 시기에 본격적으로 트라이애슬론 훈련을 시작해 처음 나갔던 전국 대회가 바로 천안대회였다. 실력 점검차였는데 또 다른 기회가 왔다. 경기를 지켜보던 국가대표팀 감독이 정 선수를 ‘꿈나무 육성지원 프로그램’에 참여시킨 것.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개인전을 출전할 수는 없었지만, 혼성릴레이 종목에는 뛸 수 있었다.

“갑자기 대표팀 연습에 합류하게 됐어요. 열살 가까이 차이 나는 언니, 오빠들과 같이 훈련받으니 당연히 힘들었죠. 수영, 달리기, 싸이클을 무한 반복하는 연습이 새벽부터 이어졌어요. 체중 조절을 위해서 마음대로 먹을 수도 없었고. 정말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거든요.”

열여섯 소녀에게는 혹독한 시간이었지만, 결국 여자부 1위로 아시안게임 혼성릴레이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첫 주자로 나선 정 선수는 수영 250m, 사이클 6.6㎞, 달리기 1.6㎞를 20분 1초에 완주하며 2위로 출발했고, 팀이 은메달을 따는데 기여했다.

은메달을 목에 걸었을 당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는 걸 보면 영락없는 사춘기 소녀다. 하지만, 그녀의 의지는 누구보다 단단하다.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강한 의지를 갖고 현재도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정 선수의 목표를 5년 후인 2020년 올림픽.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 규칙에 따라 만 18세 이하 선수는 개인전(수영 1.5㎞·사이클 40㎞·달리기 10㎞)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에 나이 제한을 넘어선 2020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메달과 함께 자신감을 얻었어요. 한국에서는 트라이애슬론 여자 선수가 아직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적이 없어요. 2020년에는 꼭 올림픽에 출전할 거에요. 2018년 아시안게임 여자부 개인전 금메달도 당연히 노려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