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가행진' 내츄럴엔도텍, 기관·외국인은 왜 살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궁'

내츄럴엔도텍이 '가짜 백수오'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가가 연일 하한가를 면치못하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일부 지분 매수에 나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이후 숏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매수하는 것)에 따른 주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전날 내츄럴엔도텍 주식 7만5300주(25억원)를 순매수했다. 기관투자자도 1만3199주(4억원)를 사들였다. 전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츄럴엔도텍 공장 원료에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내츄럴엔도텍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와중에 주식 매수에 나선 것이다.

식약처 발표 직후 개인투자자들이 하한가에 쏟아낸 매도 물량 중 9만주를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받아냈다. 개인투자자가 내놓은 나머지 매도물량 455만여주는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가 없어 거래되지 못한 채 장이 마감됐다.

외국인투자자는 지난달 22일 '가짜 백수오 논란'이 빚어지면서 내츄럴엔도텍 (2,450원 ▼65 -2.58%) 주가가 7거래일 가운데 6거래일 하한가를 기록한 동안에도 5거래일 순매수를 기록했다. 순매수를 기록한 날만 집계하면 매수물량이 28만주를 넘는다. 기관투자자도 같은 기간 4거래일 순매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최근 매수세를 두고 공매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미리 내다파는 기법을 말한다. 주가가 비쌀 때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해 갚기 때문에 공매도 이후 주가가 많이 떨어질수록 차익이 크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3월26일 내츄럴엔도텍 이천공장에 보관 중인 백수오 원료를 수거해간 뒤 지난달 22일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기간 공매도 물량이 급증한 것을 두고 사전 정보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난달 14일 공매도 물량은 8만6336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투자자 중 일부가 지난달 14일 주당 8만원에 7만5000주를 공매도한 뒤 전날 하한가인 3만4100원에 갚았다고 가정하면 34억원의 차익을 올릴 수 있다.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가짜 백수오 논란이 발생한 지난달 22일 이후 61% 급락했다. 이 기간 내츄럴엔도텍 시가총액이 1조6743억원에서 6593억원으로 줄면서 1조150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수개월간 내츄럴엔도텍을 매매한 계좌를 전수 조사해 대량 매매, 공매도 등 이상한 거래행태를 추리고 있다"며 "미공개 정보 활용으로 판단되면 감독당국이 자금 추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