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선방한 IT서비스 두 강자…'같은 듯 다른' 행보 주목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지배구조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IT서비스 업계 두 강자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 (152,000원 ▲1,100 +0.73%))와 SK C&C (160,700원 ▼1,400 -0.86%)가 비수기임에도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는 매출 규모 면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각각 지배구조상 중요한 지점에 위치해 있다는 점, M&A(인수합병)를 통해 체력을 키워왔다는 점 등의 공통분모 때문에 업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1Q 영업이익, 삼성SDS 27%↑, SK C&C 39%↑…'선방'

삼성SDS와 SK C&C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304억원, 77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4%, 39.1%씩 늘었다. 매출액은 삼성SDS가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난 1조9155억원, SK C&C가 22.4% 증가한 6413억원을 달성했다.

두 회사 모두 비수기에도 불구 양호한 실적을 냈지만 내용면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삼성SDS 1분기 매출의 일등 공신은 물류BPO(업무처리아웃소싱)였다. 4년 전부터 IT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물류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삼성SDS는 물류BPO를 외형 성장의 큰 축으로 삼고 있다.


1분기 물류BPO 매출은 신규거점 및 사업영역 확대 영향으로 전년 동기 보다 32.8% 증가한 6437억원을 달성했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2012년 10%에서 출발한 물류 매출액 비중은 올해 37%대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SK C&C는 반도체모듈 사업의 고속 성장이 1분기 성적에 큰 역할을 했다. 에센코어 반도체 모듈 사업부는 1분기 16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적인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주력하고 있는 중고차 유통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대 줄어든 1690억원대 매출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정적으로 수익창출에 기여하고 있고 중고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업 근간이 되는 IT서비스 매출의 경우 삼성SDS는 전년 동기 대비 8% 줄어든 1조2718억원으로 집계됐다. 공공, 대외금융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한 여파가 컸다.

SK C&C는 IT서비스 매출액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4억원 늘어난 3090억원을 거뒀다. 증권가는 저마진 수주가 줄어든 대신 고마진 수주가 이를 대신하면서 IT서비스 영업이익률이 12%이상 개선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배구조 상 중요·M&A 통해 사업다각화 등 공통점

시장에서 삼성SDS와 SK C&C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지배구조 이슈다.

SK C&C는 지난달 SK㈜ 흡수합병을 선언하면서 오랫동안 회자되던 합병설을 현실화시켰다. SK C&C는 '옥상옥' 구조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총자산 13조2000억원의 지주회사로 재탄생하게 됐다. 합병 후 최태원 회장(23.4%)과 최기원 이사장(7.5%) 등 오너 일가가 SK C&C지분 30.9%를 확보하게 된다.

삼성SDS는 SK C&C처럼 지배구조상 상위에 있지 않지만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다는 점에서 지배구조상 중요한 계열사로 꼽힌다. 삼성SDS 대주주는 삼성전자이지만 개인 최대주주는 지분 11.25%를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도 각각 3.90%씩 지분을 들고 있다.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체력을 키워왔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삼성SDS는 2009년 10월 삼성네트웍스와의 합병을 시작으로 2010년 11월 크레듀 지을 인수하고 2012년 4월 EXE C&T, 2013년 10월 삼성SNS와 합병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주력했다. SK C&C도 2012년 1월 엔카네트워크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IT서비스에서 유통부문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갔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단위: 원)

◇미래 전략·주가 흐름에선 차이=두 곳 모두 사업 다각화의 또 다른 축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있어 절박함을 지녔다. 다만, 해외시장에서 염두에 두는 부분은 차이가 있다.

SK C&C는 해외사업 비중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사 매출의 25%를 넘어서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배로 성장했다. 반도체 모듈 부문의 역할이 컸다. 이달 중으로는 대만 홍하이 그룹과의 IT서비스 합작기업(JV)을 설립하고 중화권을 중심으로 인더스트리 4.0 및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 보안 시장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 역시 전동수 사장이 올해 주총에서 천명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사업확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올 초 미국계 소프트웨어업체 오라클과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도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의 일환이다.

연초 이후 주가 흐름에서도 차이가 있다. SK C&C 주가는 연초 이후 10.4% 상승했다. 합병 이벤트가 사라지면서 주가가 주춤했지만 최근 들어 회복하는 분위기다. 2009년 상장 이후 연평균 16%대의 영업이익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과 합병 이후 기업가치 증가 부분도 시장에서 평가받는 부분이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합병 법인은 사업 가치만 약 20조원 (2015년 별도 기준 예상 순이익 1조원에 PER(주가수익비율) 20배 적용)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순자산가치를 30% 할인해도 적정 기업 가치는 30조원을 상회한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SDS 주가는 연초 이후 주춤한 모습이다. 연초 대비 주가는 19.4% 하락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져 나올 때마다 주가가 요동쳤다.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 4680만여주가 다음달 14일 의무보호예수에서 해제되는 날에 쏠려 있다. 이는 전체 발행물량의 60%규모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상속·증여세 마련 등을 목적으로 삼성SDS주식을 팔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삼성SDS 주가가 많이 빠진 상태라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