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 삼성, 14나노핀펫 무기로 '골리앗' TSMC 위협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삼성전자 (75,500원 ▼600 -0.79%)가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는 대만 TSMC의 절대적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방불케 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14나노미터(nm) 핀펫 공정에서 성공적인 양산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내년 말 이보다 한층 더 진화한 10나노 공정 양산까지 예고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점유율 5.1%로 아직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에 비하면 덩치가 훨씬 작지만, 기술력을 앞세워 고부가가치 제품군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 판세를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 세계최초 14나노공정 이어 내년말 10나노까지= 홍규식 삼성전자 시스템LSI 상무는 최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14나노 핀펫 공정은 성공적인 양산이 이뤄지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굉장히 앞서 있는 기술이어서 시장의 문의가 많다"며 "다양한 고객군과 응용 분야 확보가 계획대로 잘 돼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도 램프업(생산량 증가) 중으로 캐파(생산능력)와 수율 모두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는 미세공정(숫자가 낮을수록)으로 갈수록 생산성과 효율이 높아진다. 실제 삼성전자의 14나노 공정에서 '스마트폰의 두뇌'격인 모바일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만들 경우 기존 20나노 공정에 비해 생산성이 30% 높아진다. 처리속도는 20% 높아지고 전력은 35% 가량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출시된 새 전략스마트폰 '갤럭시S6'(엣지)에 14나노 공정이 적용된 자체 모바일AP '엑시노스7420'을 탑재했다. 안정적인 생산력이 검증되자 애플이나 퀄컴 등 세계적 반도체 설계업체들도 TSMC 대신 삼성전자에 차세대 모바일AP 생산을 위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최근 내년 말 10나노 핀펫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홍 상무는 "14나노 경험을 바탕으로 10나노 공정에서 빠르게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긴장한 '골리앗' TSMC, 기술추격 못하면 판도 변화할 듯= TSMC는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아직 20나노대 공정에 머물며 기술력이 삼성전자에 점차 뒤처지고 있어서다. 올 하반기쯤에나 16나노 공정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을 뿐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가 매출에서 구공정 비중도 높고 그동안 역사만큼 여러 단골고객들을 확보해와 당분간 규모는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력을 위해 삼성전자로 옮기기 시작하면 시장 무게 중심이 급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 공장을 14나노 공정의 전지기지로 삼고 국내 기흥사업장과 올해 완공되는 화성17라인 2단계를 동원해 화력을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 시장 3위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와도 14나노 기술을 공유하며 '대(對) TSMC 동맹'을 만들어 힘을 싣고 있다.

10나노 중반 대에서 승기를 놓친 TSMC는 10나노 및 7나노 경쟁에선 삼성전자에 뒤지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다. 2017년 10나노 공정 양산을 개시한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그간의 전례를 비추어 볼 때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시장반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앞으로 2년간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14·16나노대 공정이 메인스트림을 이루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면서 비메모리 사업부의 수익성도 한층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