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김과장 그 이후… 공직사회 특명 '기억을 찾아라'

#중앙정부 경제부처 A과장은 요즘 시간 날 때마다 회의를 소집한다. 과거 3개월간의 출장 기억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A과장은 "3개월 전에 몇 시에 누구를 만났고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기억해내느라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회의까지 할 정도"라며 "카카오톡,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 과거의 행적을 소명할 수 있는 기록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에 과장급 이상을 중심으로 때 아닌 '추억 찾기(?)' 열풍이 불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에서 중앙정부부처 과장급 이상 공직자 가운데 출장 횟수가 많은 상위 20%에게 최근 3개월간의 외부일정과 관련한 행적을 기록해 제출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국회 업무, 업계간담회, 공청회 등으로 출장이 잦은 경제부처 A과장은 출장횟수가 많은 상위 20%에 선정됐지만 복무관리시스템에 출장신고를 하고 다녀왔던 터라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국조실 공직복무관실이 요구한 것은 그 이상이었다. 국조실은 복무관리시스템의 출장신고와 별도로 몇 시에 누구를 만났고, 어떤 내용의 회의를 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기술해서 제출토록 했다. 이 때문에 상위 20%에 선정된 간부급 공무원들은 출장 기록을 증명할 기록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조실이 간부급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근무실태 파악에 나선 것은 정부 차원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서다. 최근 기획재정부 모 과장이 서울 출장을 핑계로 서울도, 세종시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가 적발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일부 문제를 전체로 확산해 모든 공무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것은 지나치나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경제부처 B과장은 "일부 공무원들이 일으킨 문제로 공무원 전체를 근무태만자로 모는 것은 지나치다"며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사회 전반의 사기저하를 불러온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정부부처 C과장은 "최근 일명 '관피아(관료+마피아) 금지법' 시행으로 공무원들의 인사적체가 심화되고 있고 공무원 연금개혁 등으로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면서 "공직기강 확립 역시 서울과 세종을 어쩔 수 없이 오가야 하는 상황에서 업무시스템 개선 등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공무원들 개개인들의 잘못을 먼지 털 듯 터는 것은 가뜩이나 가라앉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더 저하시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