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논란에 친박 '발끈'-김무성 '착잡'…계파갈등 재점화?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2015.5.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새누리당 친박(박근혜)계가 여야의 공무원연금개혁·공적연금 강화 합의를 작심 비판하고 나서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계파갈등이 또 다시 점화할 태세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친박계 핵심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고, 김무성 대표가 4·29 재·보궐 선거를 압승으로 이끌자 당내 친박계의 입지가 다소 위축됐었다.


물밑에서 "김무성 대표의 독주를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벼르고 있던 친박계에게 이번 연금개혁 논란은 김 대표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 할 명분이 된 셈이다.

20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아 향후 김 대표 등 당권파와 당 주류였던 친박계 간 파워게임이 앞으로 뜨겁게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무원연금개혁·공적연금 강화에 대한 여야 합의 후 처음 열린 4일 당 최고위원회의 분위기는 매우 험악했다.


당초 오전 8시30분에 열릴 예정이었던 회의는 8시45분까지 지연됐다. 지도부의 사전 비공개 티타임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여야 합의에 대해 강한 문제제기를 하면서다.

회의 전 논쟁으로 인해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서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에 입장했다.

김 대표는 회의에서 "어렵게 타결된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한 많은 비판에 대해 저 역시 많은 부분 공감하고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하지만 한쪽이 100% 만족할 수 있는 안을 만들기란 불가능하고 최선이 어려우면 차선을, 차선이 어려우면 차차선을 선택하는 것이 정치협상"이라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어려운 과제를 국회와 정부, 공무원, 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해 최초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낸 것에 의미를 둔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다른 개혁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자신감도 갖게됐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 이후 마이크를 잡은 서 최고위원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실무선에서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50%까지 인상한 것은 매끄럽지 못했다"며 여야 합의에 대해 일제히 비판한 언론들의 헤드라인을 예로 들었다.

서 최고위원은 "(공적연금 강화에 대해) 사회적 기구와 특위를 만들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국민에게 큰 재앙을 주는 것"이라며 "우리당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까지 인상에 합의를 해놓고 (합의를 이행) 안할 경우 당 운영과 미래에 지뢰를 밟게된다"고까지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최종 합의 전에 최고위원들과 논의를 해달라고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공지가 일절 없었다고 지적하며 "이럴 거면 최고위원 합의체를 왜 운영하느냐"고도 했다.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지역구 행사를 이유로 회의에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지도부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김 대표는 착잡한 표정으로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배석자들까지 모두 회의장에서 나가라고 지시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공적연금 강화 합의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고 한다.

다만 김 대표가 정면 대응보다는 로우키를 택해 확전은 되지 않았다.

최고위원들과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에 김 대표는 "맞는 지적"이라고 수긍하며 유감을 표하고, 유 원내대표도 "마지막 합의를 고하지 못한 것은 시간적 한계 때문이었다"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공적연금 관련 합의에 대해 최고위원들과 상의없이 나름대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만들어질 국민대타협기구에서 지적되고 있는 재정부담 등을 다 감안해 충분히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이자 청와대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은 이날 뉴스1과 한 전화통화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면 가입자인 국민이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여야 합의'가 아닌 '국민적 합의'를 전제했어야 한다"며 "정부에서 그런 우려를 전달했는데 정치권은 역사와 국민 앞에 떳떳한 길이 무엇인지 되돌아봐야한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동 순방 후 건강상 이유로 활동을 중단했다가 일주일만에 업무에 복귀한 자리인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연금 제도변경은 국민의 동의가 먼저"라고 친박계와 궤를 같이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친박계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당내에서는 연금개혁 논란이 도화선으로 작용해 앞으로 한층 더 격화된 계파전이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금개혁 논란 뿐 아니라 계파갈등을 부추길 변수는 당내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친박계도 꾸준히 모임 등을 통해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재보선 압승 직후 열렸던 지난 1일 주요 당직자 회의 비공개 부문에서 유보 상태에 있는 전국 당협(당원운영협의회) 정비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며 부실 당협위원장 교체를 위한 재논의를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당시 회의에서 "20대 총선에서 우리당 후보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당협위원장들의 경쟁력이 필요하다"며 "경쟁력 없는 당협위원장들이 교체도 안되고 새 인물 영입도 안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협위원장 교체 건은 지난해 서 최고위원이 "정치적 살인"이라고까지 반발하며 극한 계파갈등을 빚었던 문제이나, 김 대표는 재보선 압승을 동력삼아 총선을 위한 당협 정비에 손을 대고 싶어하는 양상이다.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 격한 계파전은 불가피하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당협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 총선을 앞두고 당내 지분을 챙겨야하는 친박계는 사활을 걸고 김 대표와 맞설 것"이라며 "재보선 승리로 한숨 돌렸던 김 대표에게 연금개혁 논란이라는 돌출 변수가 생긴 셈"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내에서는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부총리의 향후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최 부총리가 올해 안에 당으로 돌아오면 친박계가 구심점을 회복하고 김 대표 체제에 맞선 대대적 반격에 나설 것이란 이야기가 파다하게 회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를 끌어내리고 최 부총리를 대표로 만들기 위한 '조기 전당대회'도 거론되지만, 현실성은 거의 없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다만 친박계는 꾸준히 삼삼오오 모임 등을 이어가며 자신들의 진로를 논의하고 김 대표 체제에 대한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재보선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친박계 일부 의원들이 만찬 모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는 이번 재보선 승리와 관련해, 선거 전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보수층 결집에 영향을 미친 점에 방점을 두고 "박 대통령의 건재를 증명한 선거", "김 대표가 잘했다기 보다는 야당이 못해서 진 선거"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친박계가 주축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오는 6일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을 초청해 대규모 세미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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