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의 사조오양 띄우기..3세경영 힘 실어준다

사조그룹이 사조오양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사조오양은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본부장의 지배력이 비교적 높은 계열사라는 점에서 앞으로 3세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사조그룹은 핵심계열사 지분 매각 등 유동성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외부 IR(투자자 관계) 활동에 소극적이던 사조오양 (8,760원 ▲150 +1.74%)이 지난달 말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깜짝 기업설명회를 실시했다. 이 설명회에는 사조오양 고위급 인사가 참석해 사조남부햄과 합병 효과, 실적 개선 추이, 향후 전망 등에 대해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사조오양은 회사에 별도의 IR 담당자가 없을 정도로 외부와 소통에 인색했다.

사조오양은 현재 사조남부햄과 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사조오양은 지난 3월 사조남부햄을 1대 6.36652 비율로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6월 16일, 신주권교부예정일은 7월 1일이다.

사조오양은 사조남부햄과 합병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지난해 5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적자회사 사조오양은 견실하게 이익을 내는 사조남부햄을 흡수합병하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또 별도의 B2C(기업→소비자) 영업망이 없는 사조오양에 사조남부햄이 보유한 B2C 영업망은 매력적이다. 회사측은 합병 효과 등으로 당장 올해부터 외형 성장과 함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합병 기대감 등에 영향을 받아 사조오양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약 두 배 상승했다.

주목할 부분은 사조오양과 사조남부햄의 지분구조다. 사조오양은 주 본부장이 주식 3만2340주(0.74%) 보유하고 있는데 비교적 높은 지분율은 아니다. 다만 사조오양 최대주주가 사조시스템즈(22.47%)인데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가 주 본부장으로 지분율은 51%에 달한다.


사조남부햄도 주 본부장과 관계가 깊다. 사조남부햄 최대주주는 사조대림(91.08%)이고 2대 주주는 주 본부장(8.92%) 개인이다. 사조대림의 경우 주 본부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인터내셔널이 지분 3.84%를 보유하고 있다. 사조오양과 사조남부햄 합병법인에 대한 주 본부장의 지배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사조오양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 본부장의 지배력이 높은 계열사에 그룹의 지원이 더해져 성장세가 나타날 경우 주 본부장의 그룹 전반에 대한 영향력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 본부장은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사조대림, 사조오양, 사조해표, 사조씨푸드의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그룹 내 보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사조그룹은 또 핵심기업인 사조산업 (35,700원 ▼750 -2.06%) 지분 매각 등 유동성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지분매각을 통해 복잡하게 얽힌 순환구조가 일부 해소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사조산업은 우선 보유하고 있던 사조대림 (35,000원 ▼700 -1.96%) 지분을 대거 매각했다. 사조산업은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사조대림 주식 62만3687주(10.45%)를 장내매도했다. 이어 15만주(2.52%)를 시간외매매로 사조해표에 넘겼다. 사조해표는 주 본부장이 지분 2.93%를 보유한 회사다. 사조산업의 사조대림 지분율은 올해 35.44%에서 22.44%로 줄었다.

또 주 회장의 사조산업 지분율도 장내매각 등을 통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초 32.94%(164만7046주)에 달했던 주 회장의 사조산업 지분율은 최근 29.94%(149만7046주)로 3%포인트 줄었다. 지난해 6월 사조인티그레이션에 10만주(2%)를 증여했고 올해 3월에는 5만주(1%)를 장내매도했다.

특히 주 회장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측 사조산업 지분율은 올해 들어서만 58.72%(293만5776주)에서 51.72%(258만5776주)로 7%포인트 줄었다. 주 회장의 개인 지분 장내매도뿐 아니라 사조대림 (35,000원 ▼700 -1.96%)이 올해 3월 10만주(2%)를, 사조화인코리아가 올해 3~4월 총 20만주(4%)를 장내매도했다.

최근 사조산업의 잇따른 보유지분 매각과 최대주주측 지분매각은 상속자금 마련뿐 아니라 현금성자산 확보 차원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지난 4월 해양수산부가 사조산업에 지원한 정책자금 414억원을 회수할 방침이라고 통보하면서 사조산업은 현금 확보 필요성이 높아졌다. 해수부는 오룡호 침몰사고 이후에도 사조산업이 어선 31척에 자격 미달 기사를 태우는 등 안전법규를 위반한 데 따른 조치로 정책자금 회수 방침을 결정했다.

김승 SK증권 연구원은 "비교적 외부 IR 활동을 잘 하지 않던 사조오양이 최근 갑자기 기업설명회를 실시하면서 앞으로 회사에 큰 이벤트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최근 그룹 내 지분 매각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 시장에선 3세 경영 승계 작업을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아직 회사 측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이 없는 만큼 최근의 지분 변동을 꼭 지배구조 재편의 일환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본다면 주지홍 본부장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대한 전망이 괜찮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사조오양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별도의 IR 담당자가 없어 해당 내용에 대해서 답변하기 어렵다"며 "지배구조 개편과 해수부 정책자금 회수 등 문제 역시 아직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기업설명회의 경우 합병 발표에 대한 정보 공유 및 소통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