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기업, 경력직 대신 신입 채용 나선 이유는?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과거 헤드헌팅 에이전시 등을 통해 주로 경력직을 채용하던 외국계 기업들이 최근 각 대학을 순회하며 채용설명회를 여는 등 신입사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진출 초기 단계인 기업들은 여전히 '즉시 전력감'인 경력직을 선호하지만 국내 시장에 안착한 기업들의 경우 구직난 속에서 경력 못지않은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의도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글코리아 온라인광고사업팀은 중소 규모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 운영 담당자(advertising operation associate)를 채용하기 위해 지난달 초 서울 시내 일부 대학을 순회하며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구글코리아의 SMB(중소·중견기업) 사업부문은 구글코리아 내에서 인턴이 아닌 신입으로 입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직무다. 인턴직의 경우 기회도 드물 뿐 아니라 최소 6개월을 근무해야 하고, 팀에 정규직 정원이 할당되는 경우에만 입사기회가 있다는 조건이 붙는다.

독일에 본사를 둔 헨켈코리아도 오는 15일까지 20여명 규모의 인턴사원을 모집하기 위해 대학을 찾았다. 채용전제형이 아닌 방학기간 두 달간 일할 인턴사원직이지만 회사 측은 이렇게 선발할 인턴사원들을 향후 결원이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채용을 고려하는 인력 풀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스웨덴기업인 H&M 역시 경력직 채용은 여전히 헤드헌팅 회사에 의뢰하지만 매장관리직에 한해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렇게 뽑은 신입사원에게 일정기간 뒤 내부 직무전환의 기회를 준다.

한국IBM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IFC 신사옥에 구직자들을 초청해 IBM 클라이언트 센터와 사옥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본사 채용설명회를 개최했다./사진제공=한국IBM

일부에선 외국계 기업들이 신입 채용 문호를 여는 이유를 극심한 취업난에서 찾는다. 구직난이 계속되면서 현장 영업직, 인턴고용에 대해 구직자들이 갖는 반발감도 줄어들었고 인턴 채용을 통해 양질의 인력을 검증해 가며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진출 후 30여년간 꾸준히 국내에서 신입 채용을 진행했던 한국IBM도 지난달 마감한 신입사원 채용에서 처음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인 '와일드 블루'(Wild Blue)를 도입했다. 컨설턴트 직무의 경우 3개월, 다른 직무는 5~6개월 동안 인턴십 과정을 거친 뒤 정규직 사원으로 전환된다.

한 외국계기업 인사담당자는 "채용전제형이 아닌 인턴직의 경우에도 공고를 내면 경쟁률이 100 대 1을 훌쩍 넘어간다"며 "이 때문에 외국계 기업들도 경력직만을 고집하지 않고 자체 인재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놓고 결원이 생기면 이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