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中법인 수익성 '빨간불'

국내은행들의 해외진출 최대 거점인 중국시장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의 잇단 금리인하가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한국 기업과 교민 위주의 기존 영업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계 은행들의 특·장점을 살린 중국 현지 고객 확보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요 국내 은행의 중국법인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추락했다. 우선 IBK기업은행 중국법인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69억원) 대비 무려 66.7% 감소했다. 우리은행 중국법인도 1분기 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6억원)에 비해 26% 감소한 수준이다.


국내보다도 먼저 하나·외환 통합을 이룬 하나은행 중국법인의 통합 후 첫 실적도 초라했다. 지난해 1분기 중국 하나은행은 56억원, 중국 외환은행은 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각각 올렸다. 반면 올해 1분기 중국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약 89억원이었다. 1년 전 두 은행의 실적을 더해 통합 은행과 단순 비교할 경우, 당기순이익은 22.6% 감소했다. '

신한은행 중국법인은 올해 1분기 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55억원)보다 1.6%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경쟁 은행 중국법인들이 모두 뒷걸음질한 것에 비하면 상승 폭은 낮지만 눈에 띄는 실적이다.

실적 부진의 배경은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의 금융정책 변화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28개월 만에 처음으로 1년 만기 예금·대출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와 0.4%포인트 내렸으며, 올해 2월에는 3개월여 만에 다시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동시에 예금금리 적용의 상한선은 기존의 '기준금리의 1.2배'에서 '1.3배'로 늘렸다. 예금금리 자유화 개혁의 일환이지만 은행간 예금 금리 경쟁은 격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한 시중은행 글로벌 담당자는 "인민은행의 최근 결정은 결국 대출 금리는 내리고, 예금 금리는 시장 경쟁을 통해 인하 폭을 억제하는 방향"이라며 "국내 은행들의 중국 법인들은 각종 규제와 현지 영업의 한계 등으로 비이자이익 비중은 극히 낮고 상당 부분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환경 변화는 수익성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지난 2월 대대적인 하나·외환 통합 기념식을 열며 출발했지만, 대규모 통합비용의 여파로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주요 경영진에 중국인을 대거 영입하는 등 현지화를 강력 추진 중이고, 소매금융에 강한 하나은행과 외환업무 강자인 외환은행의 '시너지'가 본격화되면 "조만간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에 진출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선 영업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은행시장의 지역별 특징과 진출환경' 보고서를 통해 "한국계 은행들은 베이징·상하이·산동·톈진·랴오닝·장쑤 등 한국기업의 투자가 활발한 중국 동부 연해지역에 영업활동을 집중하면서 고객유치 경쟁이 과열됐다"며 "은행별로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