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소환 '초읽기'…檢 "피의자 신분, 일정 조율중"

홍준표 경남도지사 /사진=뉴스1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홍준표 경남도지사(61)를 검찰이 조만간 소환한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정치권 인사 중 검찰에 출석하는 것은 홍 지사가 처음이다.

경남기업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5일 "홍 지사 측 변호인을 통해 소환 일정을 조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홍 지사는 이르면 이번주 중 수사팀이 설치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리스트에 오른 정치권 인사 중 홍 지사를 첫 타깃으로 삼고 금품 로비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주변 인물들을 조사해왔다. 다른 인사들은 리스트에 이름이나 액수만 적혀 있었던 것과 달리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 전화 인터뷰에서 금품을 전달한 인물과 정황까지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홍 지사에게 금품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윤모씨를 이날 오전까지 총 4차례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홍 지사의 측근인 나경범 전 보좌관을 이날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아울러 이날 오후 7시 홍 지사의 당 대표 경선 캠프 관계자 강모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핵심 관계자들을 조사한 수사팀이 홍 지사를 소환하기로 결정한 것은 성 전 회장이 설명한 금품 전달 경위가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수사팀 관계자는 윤씨를 상대로 한 조사에 대해 "일차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은 모두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홍 지사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얻고 있는 반면 리스트 속 다른 인물들에 대한 조사는 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당초 이 전 총리가 금품을 받은 날짜 등이 상세하게 전해지며 홍 지사보다 먼저 수사선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수사팀은 지난달 30일 이 전 총리의 측근 신모씨를 불러 조사하고도 현재까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를 제외한 리스트 속 6명에 대한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 외에 다른 단서나 금품이 전달된 경위 등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을 받는 매우 중요한 의혹이지만 증거물을 수집하기 어려운 사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