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편드는 것" vs "선량한 가입자 위해"… 실손보험 첫 '격돌'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오해하지 마세요. 정부가 보험사 편드는 게 아닙니다. 100명 중 8명만 보험금 혜택을 보는데 나머지 92명이 보험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이동훈 금융위 보험과장

"터놓고 이야기 하면, 급여 행위에 대한 적절한 보상 없이 비급여 관리 방안을 논하는 것은 문제가 많습니다. 의료기관을 이익만 추구하는 부도적한 집단으로 보는 것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이계웅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

비급여(실손의료보험 보장영역) 정상화를 둘러싸고 정부, 의사협회, 시민단체가 격돌했다. 6일 국회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주최한 '국민 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다. 이해당사자들이 모인 가운데 처음으로 비급여 문제가 공론화 된 것이다.

시민단체 등은 비급여 항목 표준화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위탁 심사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민영보험 사익 추구에 동원됐으며, 급여 수가정상화가 선결과제"라고 맞섰다.

국내 의료비는 100조원을 넘었다. 특히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부분이 25조4000억원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비급여 의료비 비중이 커지면서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10년(60.8%) 하락세로 꺾였다. 2013년 기준 58.0%를 기록했다.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 교수는 "민영보험을 공공기관(심평원)이 심사하는 게 잘못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민영보험이 공공보험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료업계는 반발했다.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은 "건강보험은 적정수준을 보장 하는 게 목적이고 민영보험은 약관에 명시된 기준 이상으로 보장하는 게 목적으로 심사기준이 동일할 수 없다"며 "민영보험 관리가 필요하면 먼저 상품의 설계부터 관리하라"고 주장했다.

고정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조정실장은 "현재 항목이나 가격이 전혀 관리되지 않았고 요양기관별로 기준도 다르다"면서 "현황 파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비급여를 담당하는 복지부와 실손보험 담당 금융위는 '같은 듯 다른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금융위 이 과장은 "이해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라며 "(환자는)병원 안 가도 되는데 한 번 더 가고, 병원도 이쪽(급여)에서 손해나는 것을 메우기 위해 (비급여에서) 과잉진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공산품에도 가격이 여러 차이가 있다. 선택 진료에는 질적인 차이가 반영이 된다"며 가격표준화에 대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또 "국민 대부분이 무선통신에 가입했다고 해서 공공재는 아니다"고 비유해 민간보험의 공적 개입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부처 간 입장차로 향후 비급여 정상화 해법 찾기에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