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살얼음판'…'소득대체율 50%' 벽 앞에 무너진 여야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서미선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앞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5.5.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가 6일 불발되기까지 여야는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등을 공적연금 사회적기구 구성을 위한 국회 규칙에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하루 종일 줄다리기를 벌였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난 밤 9시까지 몇 번의 여야 협상과 당 의원총회를 거치며 막판 조율을 시도했지만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두 차례 회동을 갖고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와 '공무원연금 재정 절감분 20%'를 공적연금 제도 개선에 사용하는 방안 등에 관한 구체적인 수치를 국회 규칙에 어떻게 명시할지를 두고 머리를 맞댔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야당에선 해당 수치를 명시적으로 적시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여당에선 이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기구 구성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던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는 개의되지 못했다.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와 의원총회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등 공적연금 강화 합의를 비판하는 주장이 잇따른 것도 여야 협상에 임하는 여당 지도부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의총 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와 국회 인근에서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졌으나 팽팽한 입장 차만 확인했다.

또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에 대해 본회의 직권상정 절차를 밟은 것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의 한 걸림돌이 됐다.

우 원내대표는 유 원내대표와 오찬 회동을 한 뒤 부랴부랴 정 의장을 찾아가 직권상정 철회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여야 경색 국면은 한층 강화됐다.

새누리당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의 본회의 표결 강행에 따른 야당 불참을 예상해 유 원내대표 명의의 본회의 참석 독려 문자까지 보냈지만 새정치연합 의총과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으로 본회의는 다시 오후 4시로 연기됐다.

우 원내대표는 오후 의총에서 공적연금 강화 관련 실무기구 합의문의 구체적인 수치를 국회 규칙이 아니라 별도의 첨부 서류 형태로 반영하는 절충안을 추인받았다.

야당에서 제시한 절충안에 유 원내대표 역시 수긍하며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듯 보였으나 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 처리를 마친 후 열린 여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해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하도 갑갑해서 왔다"며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장을 찾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지지부진한 것에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서로를) 설득해 합의한 걸 지키려 노력해야지 욕 먹기 싫어서 합의한 것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새로운 요구를 걸고 나오는 게 과연 정치 지도자가 할 일인가"라며 "당 내에서 욕 먹을 게 겁나면 정치를 안 해야 한다. 당대표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소 흥분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비공개 최고위 이후 양당 원내대표 회동이 이뤄졌지만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새누리당은 별도로 최종 결론을 위한 2차 긴급 의총을 소집했다. 긴급 의총에선 중재안의 찬반 표결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당 내 화합 등을 고려한 김 대표의 판단에 따라 표결에 부쳐지지는 않았다.

양당 원내지도부는 회동을 다시 한 번 가졌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끝내 새누리당은 "여야 지도부의 합의문을 변형하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며 협상의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유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불발됐더라도 연말정산 추가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등 시급성을 띤 법안만이라도 처리하자며 정의화 의장을 찾아가 본회의 속개를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정 의장으로서는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이어 또다시 여당 단독의 본회의 소집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회의장에 있던 여당 의원들은 밤 9시쯤 자리를 떴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처리가 무산된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해 이달 중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본회의장을 나온 직후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원내대표실에서 회동을 갖고 향후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유 원내대표는 여당 지도부에서 그간 공언했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불발된 것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의총에 이어 긴급 비상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여야 협상 상황을 공유한 뒤 의총을 재개했다.

공무원연금법 무산 후 우 원내대표는 이날 마지막 의총에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그 많은 전문가와 이해 관계인, 정당 대표가 합의한 내용이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아갔다"며 '강력 투쟁'을 촉구하고 "판단을 잘못한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긴급 비상최고위에서 Δ5월11일~6월10일 임시회 소집요구서 제출 Δ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포함한 연금 관련 긴급 대책회의 개최 Δ새롭게 선출된 원내지도부와 새 투쟁 방법 논의 등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본회의는 박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 후 정회돼 저녁 7시 속개될 예정이었으나 여야 협상 난항으로 지지부진하다 7일 자정을 기해 자동 산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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