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증시, 사라진 수백조원… 인민일보까지 구설수

상하이지수가 3거래일 연속 급락하는 등 중국 증시의 조정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가운데 이번 조정의 원인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까지 튀고 있다. 인민일보가 불스마켓(상승장)에서도 투자에 주의하라고 수차례 강조한 것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는 것이다.


7일 중국 재경망과 제일재경일보, 신랑재경 등에 따르면 인민일보와 파이낸셜타임즈 중국판이 최근 증시 급락 원인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건 발단은 지난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민일보는 ‘불스마켓에서도 위험을 잊지 말라’는 평론을 통해 불스마켓이 상승만을 뜻하진 않고, 모든 주식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인민일보는 이 평론을 통해 최근 상승장에서 급증하고 있는 비이성적 투자를 경고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인민일보의 이 평론이 나간 직후인 5일 중국 증시는 특별한 이유 없이 폭락했다. 당시 상하이증시는 4.06% 하락했고, 선전 증시도 3.99% 빠졌다. 두 증시의 시가총액이 7000조원이 넘는 규모임을 감안할 때 이날 하루에만 280조원 정도가 증발된 셈이다. 중국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공개(IPO)가 잇따르며 증시 자금이 신규 주식 청약에 묶이며 증시가 급락했다는 등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인민일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급기야 파이낸셜타임즈 중국판은 5일 오후 인민일보의 연이은 기사가 중국 정부의 불스마켓에 대한 태도 변화로 읽히면서 증시가 폭락했다고 인민일보를 꼬집었다. 파이낸셜타임즈 중국판은 “인민일보 같은 관영 매체가 기사를 통해 빈번히 주식시장 위험을 주의하라고 당부하는 것은 이번 불스마켓에 투자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부 시각이 이미 바뀌었다고 알려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는 증시 상승에 큰 심리적 압박을 조성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즈의 이 같은 주장은 네티즌들 사이에 짜집기되며 마치 인민일보가 증시 조정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식으로 인터넷에 급격히 확산됐다.

문제가 커지자 인민일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인민일보는 6일 오전 "인민일보의 증시 평론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인민일보의 4일 평론은 평탄한 어조였는데도 불구, 지난 이틀 동안 인터넷에서 문장이 날조되고 뒤바뀌면서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독자를 오인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이 같은 오인은 인민일보는 물론 독자와 여론에도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인민일보는 불스마켓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빼놓지 않으며 투자자들을 다독거렸다. 인민일보는 "이번 불스마켓은 중국 발전의 거시적 흐름과 경제 개혁에 근본 원인이 있다"며 "일대일로와 인민폐 국제화 등으로 아직까지 중국 기업들은 예상 가치가 더 상승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인민일보는 "지난 5일 증시 폭락은 중국 자본시장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현상"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인민일보의 친절한(?) 추신에도 불구하고, 한번 꺾인 중국 증시는 좀처럼 살아날 조짐이 없어 보인다. 7일 오후 1시30분 현재 상하이종합지수는 4153.66으로 전일대비 1.79% 하락하고 있다. 5일(4.06%↓)과 6일(1.62%↓)에 이어 3거래일 연속 비교적 큰 폭의 하락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하방 압력이 큰 상황인데도 주가가 단기 급등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