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정방송' 파업은 정당"…MBC "법원 판단 유감"

해고무효확인 소송에 이어 파업 업무방해 형사재판 2심에서도 승소한 MBC 노동조합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1

법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방송 정상화를 목적으로 한 MBC 노동조합의 2012년 파업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상준)는 7일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46) 등 해직 언론인 5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노조가 파업 당시 내세운 '김재철 사장 퇴진'은 부차적인 목적에 불과했으며 주된 목적인 '방송의 공정성 보장'이 파업 목적으로서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공정방송 의무가 노사 양측에 요구되는 의무일 뿐 아니라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문화방송은 구성원들에게 방송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근로환경과 근로조건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밝혔다.

아울러 "MBC가 공정방송의 의무를 위반하고 방송의 자유를 침해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근로환경·조건을 악화시켰던 만큼 근로자들은 시정을 구하기 위한 파업에 나설 수 있었다"며 "따라서 노조의 파업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노조가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파업에 돌입해 절차적으로 위법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노조가 '김재철 사장이 참석하는 공정방송협의회를 열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이 거절하는 등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절차적으로 미비했더라도 정당성이 상실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같은 판결이 나오자 MBC는 "파업에 따른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한 판결에 유감"이라며 "판결에 대한 상고 여부는 검찰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후 진행되는 노조의 파업에 대한 소송과 관련해서도 적극 대응함으로써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법기관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고 입장을 냈다.

MBC노조는 김재철 당시 사장의 퇴진과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요구하며 2012년 1월30일부터 170일에 걸쳐 파업을 실시했다. 이후 정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은 파업으로 MBC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파업 과정에서 MBC 사옥에 유성페인트로 글귀 등을 써 놓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 1심과 항소심 모두 벌금 50만~100만원을 선고했다.

한편 MBC는 파업 직후 인사위원회를 열고 정 전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 6명을 해임하고 38명을 정직 처분했다. 노조는 "해고와 정직 처분을 취소하라"며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1심에 이어 지난달 말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