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조선사 고사 위기…성동조선 앞길도 '풍전등화'

성동조선해양이 2011년 그리스 '차코스'사로부터 수주해 인도한 15만8000톤급 유조선의 모습/사진=성동조선해양

"국내 중·소형 조선사는 한국 조선 산업을 지탱하는 허리입니다. 이들이 무너지게 두면 조선업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채권단이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접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소형에서 대형 상선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국내 조선소인데 안타깝다"며 "자본논리가 아닌 국가 산업 관점에서 조선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를 하나 살리고 죽이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 조선업 전체 틀을 놓고 고민하고 접근해야 될 것"이라며 "금융기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조선업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최근 수출입은행이 채권단 회의에 제시한 성동조선에 대한 30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 안이 우리은행과 무역보험공사에게 거부됐다. 우리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채권비율을 각각 17.01%와 20.39%를 보유하고 있어, 두 기관의 거부는 안건 통과 요건인 '채권단 75% 찬성'을 충족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성동조선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졌고, 앞으로 수주 활동에도 지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이 성동조선에 대한 지원을 거부했지만,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추가 손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에 합당한 조치를 내렸다고 볼 수 있어서다.


성동조선해양의 지난해 실적은 최악을 기록했다. 매출은 6969억원에 불과했고, 영업손실은 무려 3395억원이었다. 채권단의 재무적 판단으로는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업계에서 성동조선해양을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조6000억원 규모 80여척의 선박을 수주했기 때문이다. 해당 선박들을 건조해 납품하면 지금의 경영난이 해결될 가능성도 높지만, 당장 배를 만들 돈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선박 수주 이후 실제 매출 발생까지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러한 특성이 반영되지 않고 지난해 실적만으로 지원이 거부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조선업계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70%의 중소형조선사가 사라진 상황에서 조선 산업의 근간인 중소형 조선사의 해체를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성동조선을 비롯해 STX조선해양, SPP조선 등의 상황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조선사의 주력 선종인 5만~10만톤급 상선은 전 세계 상선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형업체들은 채산성이 맞지 않아 손을 뗀 상태다"며 "국내 중소형 조선사들이 문을 닫으면, 세계 중소형 상선시장을 중국이 장악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조선업에 위협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