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티볼리'는 시작일 뿐, SUV 명가 재건 첫삽 떴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티볼리. /사진제공=쌍용자동차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조마조마 했습니다. 이게 성공하지 않으면 단추를 처음부터 다시 꿰어야 하는 거였죠. 또다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두운 터널에 들어가야 하는 겁니다."

최근 쌍용자동차의 임원을 만났다. 그는 앞서 지난해 12월, '티볼리'를 출시하기 한 달여를 앞두고 기자를 만났을 때를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미 40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쳤고, 파리모터쇼 등을 통해 공개된 콘셉트카가 기자들에게 호평을 받았지만 불안을 씻을 수는 없었다.

특히 '가솔린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에서 가솔린 모델을 먼저 출시하는 데 걱정이 많았다. QM3와 트랙스 등 다른 모델이 이미 장악한 소형 SUV 시장에서 '후발주자'에 불과하다는 것도 불안감을 키웠다.

하지만 티볼리가 출시되고 5개월여가 지난 지금에 와서 보니 이 같은 우려는 '기우'였다. 1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티볼리 판매량은 1만1457대에 달했다. 같은 기간 QM3 판매량 5776대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티볼리가 첫 수출 선적이 된 지난달에는 5747대의 판매고를 올려 쌍용차 전체 판매량 1만2531대의 45.8%를 차지했다.

쌍용차 임원은 "지금은 티볼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말했다.

티볼리의 초반 성공으로 쌍용자동차는 'SUV 재건'에 의미 있는 한 발을 내디뎠다. 이달 말에는 이태리에서 '티볼리' 공식 출시 행사를 갖고 유럽 수출을 본격화한다. 6월에는 티볼리 라인업에 디젤 모델이 추가된다. 쌍용차는 러시아 금융위기와 엔화 강세 등 불리한 조건에서도 전체 차량 판매를 지난해보다 6.4% 증가한 15만대로 잡고 있다.

◇ 티볼리는 시작이다.

쌍용자동차는 지난달 초 열린 2015 서울모터쇼에서 'XAV'를 공개했다. 직선을 과감하게 사용한 정통 SUV 디자인으로 야외활동에 필요한 충분한 실내 공간을 담았다.

쌍용자동차가 지난달 열린 2015 서울모터쇼에서 콘셉트카 XAV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

특히 초기 코란도의 이미지를 재해석한 레트로 디자인은 쌍용차 고유의 어깨 날개(Shoulder Wing)를 통해 남성미를 강조했다. 이 소형 SUV는 티볼리와 같은 플랫폼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61년 역사를 갖고 있는 쌍용차가 '자동차 왕국'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미국 진출은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에 따라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내년에는 렉스턴의 후속 Y400(프로젝트명)을 출시한다. 렉스턴은 2001년 '대한민국 1%'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출시돼 국내 프리미엄 SUV 시대를 연 모델이다. 하지만 15년간 전면 변경 없이 부분변경만 이뤄지면서 변화하는 시장에 적절히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Y400은 총 3000억원이 투입돼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과거 렉스턴처럼 프레임 방식을 적용하고 고장력 강판과 편의 장치를 대거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Y400은 XAV와 함께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 차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쌍용차는 이같은 'SUV' 라인업이 완성되면 기존에 발표한 코란도C, 코란도 투리스모 등과 함께 단기적으로 연간 25만대, 장기적으로 45만대까지 생산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웃도어 열풍, 쌍용차 부활엔 '순풍'

쌍용차의 부활은 아웃도어 인구 증가로 SUV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국내 캠핑 인구는 2013년 150만명에 달했고 지난해는 그 2배 수준인 300만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야외 활동에 적합한 SUV의 인기로 이어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SUV를 포함한 레저용차량(RV)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41만2258대로 14.6% 성장했다. 성장률은 전체 승용차 판매 증가율 6.7%의 2배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4월 국내 완성차 5개사의 RV 내수 판매량은 15만506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7% 증가했다. 승용차 시장에서 RV의 비중도 31.8%에서 39.9%로 늘었다.

쌍용차는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SUV 차량을 꾸준히 선보이면서 '코란도스포츠 스노 드라이빙 스쿨', '서머 오프로드 드라이빙 스쿨' 등 고객 참여형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

쌍용차 관계자는 "쌍용차는 국내 완성차업계에서 유일하게 SUV에 역량을 집중하는 브랜드"라며 "당분간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SUV에 대한 수요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회사 정상화를 그만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