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도넘는 노조 요구에도 '쉬쉬'하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이르면 오는 26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금·단체협상에 돌입한다. 현대차 노조는 해외 공장 생산량까지 동의를 받으라는 주장을 2010년에 이어 올해도 들고 나오는 등 무리한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사 측은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조용한 협상'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지난 15일 사 측에 110여 페이지에 달하는 단체 협상 요구안과 12페이지 분량의 임금 및 별도 요구안을 회사 측에 공문으로 발송했다.

단협 요구안은 50개, 임금 및 별도 요구안은 14개 항목으로 돼 있다. 이와 함께 26일 사 측에 상견례를 가질 것을 제안해 사 측이 일정 변경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이달 말부터 협상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250,000원 ▼2,500 -0.99%) 노조의 요구안에는 국내 공장의 신·증설을 검토하고, 해외 생산을 포함한 전체 생산량에 대해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 측은 글로벌 수요 대응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이유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속노조는 2010년에도 국내외 공장의 생산비율을 노사가 사전 협의로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해외공장 생산비율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안팎의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거둬들였다.

요구안에는 이밖에도 지난해 60세로 늘린 정년을 다시 65세로 늘리는 등 회사 측으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 노조는 임금은 기본급 대비 7.84%인 15만9900원 인상을 요구했다.

사 측은 노조 요구안에 대외적으로 공식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윤여철 노무 담당 부회장 등 현대차 수뇌부는 노조의 요구안이 확정된 뒤 회의를 열어 상당 부분이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는 데 잠정적으로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대외 언급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 결과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려 일선 판매 현장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차는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의 공세에 밀려 올해 1∼3월 줄곧 점유율이 40% 아래에서 머물다 4월 들어서야 신형 투싼의 인기로 힘겹게 40%대를 회복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부정적인 여론을 개선하기 위해 정의선 부회장 주도로 국내영업본부 안에 소비자 전담 조직인 ‘국내커뮤니케이션실’을 만드는 등 고객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데,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부각되면 이런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같은 사 측의 처지가 협상에서 노조에게는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회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노사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