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 변경회생계획안 부결되도 강제인가 가능성

팬오션의 소액주주들이 감자안이 담긴 회생계획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우호지분 확보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법원이 이미 소액주주를 고려해 감자비율을 줄여준 만큼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부결되더라도 강제인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9일까지 팬오션 관계인집회 참여 신고를 받은 결과 9000만여주의 주식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팬오션 변경회생계획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소액주주측은 우호지분 4000만주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경회생계획안은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자의 3분의 2, 주주의 2분의 1 동의를 거쳐야 확정된다. 현재 변경회생계획안을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은 9000만주의 50%인 4500만주 이상을 확보해 변경회생계획안을 부결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계인집회에서 변경회생계획안이 최종 부결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계인집회에서 변경회생계획안이 부결돼도 팬오션이 법원에 강제인가를 신청하고 법원이 받아들이면 변경회생계획안은 확정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설사 변경회생계획안이 부결된다 해도 법원이 강제 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소액주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하림이 제안한 감자안을진행을 수용했고 이는 감자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법원은 감자 진행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고려해 감자비율을 줄여 하림에 다시 제안했다. 법원은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자 하림이 기존해 제시했던 감자비율 1.5 대 1을 1.25대 1로 낮추는 절충안을 제시했고 하림은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이 주주의 반발에도 감자안을 수용한 것은 채권단 권리감축에 상응해 주주의 권리도 줄여야 한다는 법리적 해석 때문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회생계획안은 '공정·형평의 원칙'에 의거해 회생담보권, 회생채권, 주주의 순으로 변제에 있어 차등을 둬야 한다.

하림의 팬오션 인수대금 1조80억원 중 9250억원이 회생채권 변제액으로 쓸 수 있는 자금이다. 이는 팬오션의 회생 채무(약 1조1300억원)의 82% 수준으로 변제 과정에서 채권단이 18%의 손실을 본다. 회생계획에서 선순위 권리자인 채권단이 18%의 손실을 보는 만큼 팬오션은 1.25 대 1의 무상감자를 통해 기존 주주에 대한 권리감축에 나선다는 것이다.

법원의 기조는 과거 다른 기업들의 회생절차에서도 나타난다. 법원은 과거 쌍용차와 LIG건설 등의 경우에도 감자를 통한 주주권한 감축을 실시했다. 지난해에는 동양시멘트의 1.25 대 1 감자방안을 승인했다. 이들 회사는 당시 주주들의 반대로 회생계획안이 부결됐으나 법원이 강제인가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