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빠진 타이어株, 투자자들 한숨만…

타이어 업체 투자자들의 입에서 연일 한숨이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올리며 고공 행진했던 주가는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1분기 실적마저 '쇼크'를 기록했다. 여기에 앞으로 주가전망이 좋지 못하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56,300원 ▼1,600 -2.76%)는 올해 1분기 1조4865억원의 매출액과 203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 22% 감소한 수치다.


한국타이어의 이번 분기실적은 최근 4년 기간에 가장 저조한 수준인데, 동종업체인 금호타이어 (6,610원 ▲120 +1.85%)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분기 매출액은 7543억원으로 12% 가량 줄었고 지난해 1분기 853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44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여기에 2월에는 부분파업 여파까지 겹치며 수익성이 더욱 악화됐다.

넥센타이어 (9,050원 ▲10 +0.11%) 역시 매출이 4439억원으로 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13억원으로 5% 가까이 줄었다. 미끄러진 실적만큼 주가도 좋지 못하다. 지난해 6월 6만5100원을 기록한 한국타이어는 현재 4만850원으로 37% 하락했다.


2012년 11월 기록한 저점(4만100원)에 바짝 근접한 상태다. 지난해 한 때 1만4600원까지 올랐던 금호타이어 주가는 20일 종가기준 8450원으로 42% 넘게 빠졌다. 지난해 7월 1만7200원이었던 넥센타이어는 현재 1만2200원으로 2년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올 들어 상장사 대부분의 주가가 올랐고 상승폭 역시 작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투자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어떨지 가늠할 수 있다.

타이어업체들의 실적과 주가가 동반 급락한 원인은 크게 3가지 요인으로 정리된다. 우선 외형적인 측면에서는 현대차그룹의 1분기 생산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고 내실측면에선 중국 경쟁업체들의 부상으로 치열해진 가격경쟁이 문제였다.

여기에 유로화 약세에 따른 수출부진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경우 유럽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30%가량이다.

중국 타이어업체들의 저가공세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부과한 반덤핑 관세도 이슈가 됐다. 이는 한국 타이어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올리는 '반사이익'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뚜껑을 열어보자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김평모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미국의 관세부과 결정으로 중국 및 유럽을 포함한 비관세 지역에서 오히려 경쟁강도가 더욱 거세졌다"며 "1분기 금호타이어 중국법인이 매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5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수급도 좋지 못하다. 넥센타이어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동시에 주식을 매도하는 상황이고,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도 로스컷(손절)로 추정되는 매도물량이 상당하다.

현재까지 여건을 보면 단기간에는 주가반등이 어렵다는 얘기인데, 일각에서는 현재는 투자적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주가하락이 과도하다는 점과 함께 미국시장에 쌓여있는 중국산 타이어 제고가 조만간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천연고무의 주산지인 호주를 중심으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서 천연고무 국제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이는 합성고무 가격상승과 타이어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현수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천연고무 생산국들의 공급량 조절, 태국 정부의 저가 천연고무 수매가 지속되고 있다"며 "천연과 합성고무 가격은 하반기부터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타이어업체들의 단기 모멘텀은 제한적이지만 환율변화와 원재료 가격반등이 이뤄질 경우 실적개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타이어의 경우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 마무리를 염두에 둔 저가매수 전략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