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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의 틱, 택, 톡] '임을 위한 행진곡'이 왜?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5.05.2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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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헌화한 뒤 분향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헌화한 뒤 분향하고 있다. /사진= 뉴스1


휘경동의 한 건물 지하였다. 친구의 야학이 있었던 곳이.

동대문구청 공무원이었던 분이 만든 그 야학 운영비는 교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했다. 대학생의 경우는 5천원을 냈고 직장인 교사들은 여력 닿는대로. 친구는 1983년 대학 합격증만을 쥔 채로 교사에 지원했었고 대학생 이상만 받는다는 학교측 방침에도 불구하고 우기고 우겨서 생물과목을 맡아냈다. 학생들은 장안평, 상봉동, 묵동은 물론 멀리 남양주까지에서도 등하교를 했다. 수업시간은 저녁 6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시간을 지켜 등교할 수 있었던 학생들은 나이 어린 축들이었고 대부분 나이든 학생들은 8시나 돼서야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막걸리를 한 잔 하기로 했던 터라 시간 맞춰 학교를 찾았을 때 마침 수업은 끝났고 우린 친구의 또래 제자들 몇과 함께 외대쪽 막걸리집을 찾아들었다. 동생뻘을 기대했다가 또래 여학생들을 만나선지 수줍었다. 그런 내 모습이 우스운지 학생들은 짓궂게 웃어댔고 그 탓에 내 얼굴은 더욱 달아오르고..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는지는 전혀 기억이 없다. 하지만 노래가사처럼 30촉 백열등이 흔들렸던 것 같고 파전과 돼지찌개는 맛있었으며 해맑고 톤 높은 웃음들이 끊이지 않았었던 기억만 있다. 하지만 그렇게 유쾌한 자리는 길지 않았다. 새벽부터 봉제 일에 시달린 노곤한 삭신에 더해 다시 내일 새벽이 눈 시퍼렇게 그들을 독촉하고 있었던 탓이다.

그들이 떠나고 남은 자리에서 친구는 말했다. 자기가 선생이지만 오히려 배우고 있다고. 자기 같으면 주저앉아버릴 것 같은데 그들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고. 그들의 고단함에 속이 상한 채 친구는 술을 참 많이 마셔댔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남의 불행을 나눠가질 수는 없는 법인데 친구는 그 때문에 괴로워했다. 나는? 고백하자면 그들의 고단함을 보고 그간 못느꼈던 내 행복에 먼저 안도했던 것 같다. 동시에 그런 내 모습이 추해 보여 부끄러웠던 것 같고.. 그렇게 우린 대취했다.

뜬금없이 야학의 추억을 곱씹는 이유는 한 주를 5.18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되네 마네 하는 소동이 이어지는 바람에 고리짝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운동 중 희생된 고 윤상원씨와 노동운동가 고 박기순씨의 영혼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다. 박기순씨는 1978년 광주 광천동 성당 교리실에 들불야학을 창립하고 수학과목을 강학하다 1978년 12월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했고, 윤상원씨는 박기순씨의 권유로 들불야학에서 일반사회과목을 강학했으며 1980년 5.18 당시 항쟁지도부 대변인을 맡아 투쟁하다 5월27일 도청 최후 항쟁 중 진압군의 총탄에 사망했다. 두 사람의 영혼결혼식은 1982년 2월20일 거행됐고 이때 넋풀이 곡으로 만들어진 곡이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피 뜨거운 나이에 80년대를 살아본 사람 중에 이 노래를 들으며 뭉클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노래는 옆의 누군가와 어깨동무를 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곡이었다. 어깨동무를 함으로써 나와 그 사람 혈관의 맥동을 서로 나누고픈 충동을 말이다. 그때는 요즘 같지 않아서 나와 너가 아닌 ‘우리’가 되기 어렵지 않던 시절이었다.

안타깝건 어쩌건 35년이 흘러버리는 바람에 5.18은 어느새 4.19, 5.16, 6.25, 4.3, 8.15 같은 숫자처럼, 또 하나의 역사적 사실 정도로 퇴색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불행이 약속돼있음을 알면서도 남의 아픔을 안간힘 쓰고 나누고자했던 숭고한 영혼들에 바친 노래, 나아가 광주, 그 무수한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위무해준 노래를 두고 '합창은 되도 제창은 안된다'는 정부차원의 발상이 주말까지 입을 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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