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父子 1.2조 잡은 HMC증권 상품은...

HMC투자증권 (8,640원 ▼50 -0.58%)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250,000원 ▼2,500 -0.99%) 부회장 부자(父子)의 현대글로비스 매각 자금 1조2000억원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각각 4489억원과 7338억원 등 총 1조1827억원의 자금을 HMC투자증권의 랩 어카운트(Wrap Account, 이하 랩) 상품에 투자했다. 이 상품 가입시점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한 직후인 지난 2월 10일이다.


정 회장 부자는 랩 가입 나흘 전인 2월 6일 현대글로비스 주식 502만주(13.39%)를 주당 23만500원의 가격에 매각했다. 총 1조1576억원 규모로 여기에 개인 자산 일부를 더해 랩 상품에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

랩은 증권사가 고객의 자산을 운용해주는 종합 자산관리계좌를 의미한다. 고객이 맡긴 금액의 규모에 따라 연간 일정비율의 수수료를 받고 투자 전략 등을 제시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HMC투자증권이 정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지분 매각 자금을 불리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정 부회장의 경우 HMC투자증권의 랩 상품을 이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이노션 지분(30%) 매각 대금 3000억원을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투자했다가 한 달 뒤쯤 랩으로 옮겼다. CMA가입 당시 수익률 조건은 연 2.15%였다. 이번 현대글로비스 매각 자금까지 합하면 정 부회장은 1조원 이상을 HMC투자증권에 맡긴 셈이다.


HMC투자증권의 투자일임 자산총액은 지난 1분기 기준 1조9171억원으로 전분기 보다 약 1조1000억원(135%)이 증가했다. 증가액 대부분이 정몽구 회장 부자가 맡긴 돈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정 부회장이 맡긴 3000억원을 더하면 랩 운용팀이 운용하는 자금의 77% 가량이 정몽구 회장 부자의 자금으로 추산된다.

정 회장 부자가 맡긴 자산은 안정적 운용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HMC투자증권의 일임 자산운용현황을 보면 금리가 낮은 현금과 예치금 비율이 낮고, 단기금융상품(40%)과 채권 등 채무증권(38%)에 투자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여기에 펀드와 같은 수익증권에 투자하는 비율이 21%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주식과 같은 지분증권 투자액은 10억원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 부자가 이번에 랩에 투자한 수익률이 이전의 CMA 수익률과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연간 230억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된다"며 "HMC투자증권의 경우 랩 운용수수료가 보통 0.1~0.2%대인 것을 보면 연간 15억원 가량의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