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러시, 조선'빅3' 즐거운 비명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어지면서 국내 조선소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기술과 경험에서 앞선 '빅3'을 선호하면서 한국의 독주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119,300원 ▼100 -0.08%)은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Maersk Line)과 다수의 1만4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수주협상을 진행 중이다.

중동 선사인 UASC(United Arab Shipping Co)도 1만1000~1만3500TEU급 선박 수주를 위한 협상이 한창이다. UASC는 동형 선박을 최대 15척 발주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로부터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받아 이 가운데 16척을 인도한 대우조선해양 (32,700원 ▼600 -1.80%)은 머스크가 발주하는 2만TEU급 4척 수주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같은 크기의 7척 옵션계약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 (9,630원 ▲90 +0.94%)은 세계 최초로 2만TEU급 선박을 수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홍콩 OOCL(Orient Overseas Container Line)로부터 세계 최대 크기인 2만1000TEU급 선박 6척 계약을 기대하고 있다. 이 물량은 지난 3월 말 OOCL로부터 동형 선박 6척을 수주하며 체결한 옵션에 해당한다.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줄을 잇는 것은 대형 해운사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돼서다. 이는 대형선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중형선 이하 선박들에 비해 현격하게 높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실제 지난 1분기 머스크는 매출이 62억5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한 와중에도 영업이익은 46.3% 늘어난 7억36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해운업계는 이 기간 수송량과 운임이 각각 1.6%, 5.1% 낮았던 점을 들어 머스크 실적은 놀라운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말 완공을 앞둔 파나마 운하 제3갑문의 내년 개통도 대형화를 부추긴다. 미국 동부와 아시아 물동량이 몰리게 될 이곳에는 최대 1만4000TEU급 대형선이 오갈 수 있게 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유가 하락의 영향도 있었지만 머스크가 고효율의 대형 선박 위주로 선단을 꾸리면서 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운임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경쟁 해운사들이 대형선 발주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경쟁에 국내 조선소들은 신바람이 났다. 조선·해운 시장조사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올 1~5월 중순까지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지난해 전체 발주량 106만TEU의 71% 수준인 75만4000TEU에 이른다.

6월 이후에도 최소 70만~80만TEU 추가 발주가 예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적으로 발주된 1만4000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38척 중 한국은 39%인 15척을 휩쓸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이 대형화될수록 연비효율과 운항 안전성 등이 강조될 수밖에 없어 세계적으로 검증이 끝난 한국 조선소들에 일감이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