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강사·핸드볼 선수도 '환영'..'스펙보다 소통능력'

쉿! 금융권 취업 천기누설 컷

수학강사, 의류사업자, 핸드볼 국가대표 상비군...올해 1월 발령 받은 DGB대구은행 신입사원들의 '전직'이다. 8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채용된 대구은행 신입행원들의 다양한 이력에서 드러나듯 대구은행은 스펙보다 소통능력과 인성을 갖춘 인재를 선호해 채용과정에도 이 같은 비중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해 왔다.

대구은행은 2013년 채용부터 토익 등 지원 자격 기준을 폐지하고 서류전형에서부터 학교, 전공, 나이에 무관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면접도 철저하게 블라인드로 진행된다. 학력, 경력 등 모든 스펙 사항을 면접관들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통상 10~11월 중 진행되는 대구은행의 행원채용은 ‘서류전형→인성 및 적성검사와 간이면접→1박2일 심층 합숙면접→경영진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올해의 경우 아직 채용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으나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규모(지난해 기준 120명)의 채용을 실시할 계획이다.

첫 관문인 서류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소개서다. 접수된 서류는 다년간의 인사 업무 경력이 있는 다수의 관계자들이 일일이 체크한다. 대구은행 인사담당자는 스펙이 참고용일 뿐이며 자기소개서를 채용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고 강조했다.

자기소개서는 본인이 살아온 길을 중심으로 대구은행 입행을 위해 준비해온 과정을 과장되지 않게 나만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것이 포인트다. 대구은행의 인재상인 ‘섬김, 열정, 정직’을 구체적이고 진솔한 경험을 통해 잘 녹여낸 자소서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후 서류를 통과하면 인성 및 적성검사와 함께 인사 담당 실무자가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어 진행되는 합숙면접은 대구은행이 채용 과정에서 가장 주력하는 단계다. 대구은행은 약 10년째 비슷한 포맷으로 합숙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딱딱하고 긴장되는 면접 분위기를 벗어난 ‘면접 축제’를 표방한다. 면접자와 1대1 밀착대화, 팀 과제 수행 및 팀워크 향상 프로그램, 세일즈 역량 테스트, 조직 적합성 테스트 등이 진행된다.

이 합숙면접 기간 동안 지원자 아이디어로 꾸며진 모노드라마로 전체가 울음바다가 된 적도, 웬만한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탁월한 구성으로 ‘방송 쪽으로 나가보라’는 호평을 받은 지원자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학벌과 스펙 등 모든 것이 블라인드인 상태에서 오로지 1박2일의 면접만으로 이뤄지는 합숙면접에서 면접관들이 집중해 보는 부분은 ‘인간미’, ‘팀워크’,‘서비스 마인드’,‘경청자세’ 등이다. 은행원은 세일즈보다는 고객을 위한 가치 창출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고객을 위한 은행’을 어떻게 팀별로 구상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두 달여에 걸쳐 진행되는 채용과정의 마지막은 경영진 면접이다. 합숙면접은 책임자급의 면접자가 ‘함께 일 할 동료’의 관점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이라면, 경영진 면접은 ‘우리 조직을 발전시킬 후배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이란 게 대구은행 측의 설명이다.

대구은행 인사담당자는 "최근 취업 스터디 등 넘쳐나는 면접팁으로 지원자들이 준비된 답변을 차별성 없이 쏟아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보다는 상황과 질문에 따른 유연한 답변이 요구된다"며 "경청하는 자세,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는 능력, 구체적이고 신뢰가 가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답변 등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채용과정을 통해 대구은행이 지난해 뽑은 신입행원 중엔 상경계열이 우대되는 은행의 특성을 깨고 체육, 예술, 이공계 등 비전공자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대구은행은 채용과정을 DGB가족을 찾는 첫 과정으로 본다"며 " 대구은행은 1967년 설립된 후 공적자금 없이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며 지역은행으로 성장해 온 과정에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 임직원들의 끈끈한 DNA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구은행은 은행이 발전하는 데 있어 '내부 고객'이기도 한 직원들의 만족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회사 문화와 복지 등을 중시한다"며 "대구은행의 조직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여부가 채용에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