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정수기·에어컨…가전업계 광고는 '꽃미남'이 대세

가전업계 광고시장에서 남자 배우들의 인기가 뜨겁다.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 제품 위주였던 남자 배우들의 입지가 최근에는 정수기, 밥솥 등 소형 가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방·생활가전 업체들은 '꽃미남' 배우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주요 고객인 여심 공략에 나섰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남자 배우를 모델로 기용하며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시계방향으로 배우 조인성, 현빈, 최현석 셰프, 장동건/사진=머니투데이 DB

제습기로 유명한 위닉스 (8,910원 ▲170 +1.95%)는 2013년 조인성을 모델로 발탁하며 광고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012년 25만대였던 제습기 판매량이 60만대로 훌쩍 뛰며 대박을 터뜨린 것. 이후 위닉스는 한류스타인 조인성 파워를 이용해 중국시장 진출에 나서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전기밥솥 시장에서도 꽃미남 배우들의 인기가 대단하다. 전기밥솥계의 양대산맥은 쿠쿠전자 (19,090원 ▲110 +0.58%)와 리홈쿠첸 (1,947원 ▲31 +1.62%)은 각각 이승기와 장동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쿠쿠전자는 쿠쿠 밭솥을 많이 찾는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 동안 국내 면세점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이승기 달력을 증정하는 등 포로모션을 펼치기도 했다.

올초 스마트 LCD 밥솥 '탑'(TOP)을 공개한 리홈쿠첸은 장동건의 스마트한 이미지로 기존 밥솥 광고와는 차별화된 영상미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현빈은 동양매직의 얼굴로 활동 중이다. 생활가전 렌탈업계 2위인 동양매직은 현빈의 스타 마케팅 효과를 통해 업계 1위인 코웨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른바 '쿡방'(요리 프로그램) 열풍도 남자 모델을 기용하는 데 한몫했다.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서진은 올해 캐리어에어컨 전속모델로 선정됐다.

연예인 못지않은 입담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 셰프 최현석은 주방가전 업체 일렉트로룩스코리아의 새 모델로 활동 중이다. 일렉트로룩스코리아는 블렌더, 핸드블렌더, 토스터, 커피메이커, 무선 주전자 등으로 구성된 익스프레셔니스트 컬렉션 광고에 최현석을 전면에 내세워 전문적이고 고객친화적인 이미지를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왼쪽부터 이승기, 이서진/사진=머니투데이 DB

남자 모델들이 주방생활가전 광고를 평정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여성들의 경제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 구매력이 향상되면서 주요 소비계층인 여성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남성 모델을 기용했다는 설명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여성들의 경제력이 높아져 가족 구성원 내에서 파워가 생김에 따라 주부나 싱글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남자 모델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남자들도 가사일을 도와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리하는 남성이 방송에 등장하면서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차줌마'로 유명해진 차승원 등 요리나 가사일을 돕는 남자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져 남자 모델 기용이 마케팅 전략으로 대두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가사일을 돕거나 요리를 하는 남성에 대한 로망이 광고에 반영된 측면도 있다"며 "광고가 보여주는 이상적인 남성상이 여성들의 선망을 충족시켜 광고효과가 높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