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증자로 '딜레마에 빠진 쉰들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 실시로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가 고민에 빠졌다. 실적 개선 등 현대엘리베이터 주가 전망이 밝아 유상증자 불참 시 차익을 놓칠 수 있어서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는 회사와 소수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현대그룹 및 총수 일가의 계열사 지배 목적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초에 실시된 유상증자에도 불참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개최, 오는 7월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보통주 500만주를 신규 발행해 2645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신주 발행 예정가격은 주당 5만2900원이며, 구주 1주당 약 0.2주를 배정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31.3%(약 613만주)를, 쉰들러홀딩스AG가 21.5%(약 421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쉰들러는 총 3000억원의 자금을 들여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해 갖고 있다. 주당 평균 매입단가는 10만원대 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종가(7만6200원)에 비해서도 매입가격이 높아 아직 손실을 기록 중이다.


현 주가가 유지될 경우에 이번 증자 참여로만 약 100억대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평균 주식 매입 단가도 낮출 수도 있다. 주가가 현 수준보다 상승하면 손실을 만회하는 시간도 앞당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장에서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참여 가능성을 열어 두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의 몇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로 쉰들러의 지분은 계속 줄어들었다"며 "경영권 분쟁 여지도 없어진 만큼, 쉰들러가 손실을 보지 않는 선에서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조달한 자금 대부분이 고금리 채권 상환에 사용되고, 일부 자금은 중국 공장 신설에 활용될 예정이어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7.3%의 고금리에 빌려 쓰고 있었고, 올해 중국 현지 법인 매출은 전년보다 22.45% 성장한 2억1885만달러(약 239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3029억원과 289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6%와 55.4% 상승했다. 또 이달 초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 신용등급이 기존 BB+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상승한 것도 향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쉰들러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투자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아니고,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며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이 회사의 건전한 발전에 사용되지 못해 신주 발행을 반대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에 따른 평가 손실은 지난해 실적에 모두 상각 처리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참여 여부에 대한 입장이 명확히 정리되지는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