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안녕하신가요"…5·24조치 5년, 대북기업인들의 한숨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정성장을 위한 남북경제협력을 주제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좌담회를 갖고 있다. 이날 좌담회는 안 전 대표가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과 공동 주최하는 '40년 장기불황, 한국경제 해법찾기' 시리즈 좌담회로 박 시장을 초청, 남북경제협력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2015.5.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모님 안녕하십니까?'가 대북경협 업체들끼리 주고받는 인사입니다."

동방영만 남북경협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지난 22일 '5·24 조치 시행 5년,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대북사업의 어려움을 이 같이 표현했다. 5·24 조치로 인해 남북교역이 어려워지면서 가정파탄을 우려할 정도로 기업이 부도 위기에 몰렸다는 설명이다.

천안함 피격 사건을 계기로 단행된 5·24 조치는 24일로 만 5년이 됐다. 남북교역 중단, 방북 불허,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 보류 등을 담은 5·24 조치는 대북 제재 수단이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우리 기업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실효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조치를 통해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 사업들은 진도를 내지 못하면서 폐기 수순을 밟았고, 개성공단 기업들은 여전히 경영 불안에 시달렸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5·24 조치 5년을 맞아 해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남북관계발전 및 통일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피해 기업인의 생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종흥 금강산기업인협의회 회장은 "금강산 관광은 우리나라가 유라시아로 나가는 관문을 여는 사업"이라며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펼치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인해 투자 기업의 피해액은 841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현대아산의 피해액을 제외한 금액이다. 그는 또 고성군의 경우 123만명의 관광객 감소로 280여개의 식당이 휴·폐업을 했고 2725억원의 경제손실을 봤다고 설명했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북한 영유아 지원을 위해 남포소아병원, 남포산원을 신축·개축하려고 했다"며 "공정률 50%에서 모든 공사가 중단됨에 따라 반출을 준비중이던 4억원 정도의 물자가 폐기되거나 중고가격으로 매도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원혜영 새정치연합 의원이 발의한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 또는 5·24조치로 인한 남북경협사업 손실보상 특별법'의 통과를 요구 중이다. 이 법은 2012년 9월 발의된 이후 3년간 외교통일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21일에도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서 공정성장을 위한 남북경제협력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박 시장은 5·24조치로 인해 중국에게 과실을 뺏기고 있다는 점을, 안 의원은 남북경협 활성화의 선제 조건으로 '북한과의 관계설정'을 강조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정성장을 위한 남북경제협력을 주제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좌담회를 갖고 있다. 이날 좌담회는 안 전 대표가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과 공동 주최하는 '40년 장기불황, 한국경제 해법찾기' 시리즈 좌담회로 박 시장을 초청, 남북경제협력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2015.5.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22일 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심윤조 외교통일위원회 간사, 홍용표 통일부장관 등은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5·24 조치의 전면해제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 장관은 "북한은 민간기업에까지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어 남북관계를 이끌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근 북한은 러시아 방문을 취소하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개성공단 방문을 하루 전날 철회했다.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얼마나 어려운 상대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완강한 시각과 달리 새누리당 내에서는 유연한 판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날 원 정책위의장은 제3국이 참여하는 나진·하산 개발이나 개성공단, 인도적 차원의 지원 등에 대해선 5·24 조치 예외사항으로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1일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는 정부의 대북정책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간사를 맡고있는 하태경 의원은 "천안함 폭침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에는 필요한 조치였지만 긍정적 효과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며 "지금은 이것이 오히려 적극적인 대북 개입 정책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22일 극적으로 합의에 이른 개성공단 임금문제 해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이를 계기로 향후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된다면 5·24 조치 해제 논의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