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자금이탈↑ 뉴욕증시 '이상한 최고치' 행진 왜?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 나가면 주가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주식을 팔려고 해도 매수자가 없으니 더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증시는 이같은 법칙이 통용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수익률이 더 좋은 아시아 증시나 유럽 증시로 빠져 나가고 있지만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최고치 행진에도 월가 분위기가 예전만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이 버블(거품)을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美 증시서 자금 이탈 지속, 주가 ‘이상한 최고치’ 행진
22일(현지시간)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주에만 미국 주식형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18억달러(약 1조96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미국 투자자들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이번주 전세계 미국 주식 펀드 규모는 85억달러(9조2700억원) 감소했다. 최근 20주 가운데 17주는 자금이 빠져나갔고 그 규모가 무려 1070억달러(116조7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뉴욕 증시는 정반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S&P500 지수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연초 대비 3.26% 상승했고 다우지수도 2.29% 올랐다. 나스닥은 상승률이 7.46%에 이르고 있다. 특히 S&P500 지수는 최근 2주 동안에만 사상 최고치를 4번 갈아치웠고 다우 지수도 2번 최고치를 새로 썼다.

센터 펀드의 제임스 어베이트 최고투자책임자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며 “경영자들이 옵션과 주식을 받게 되면서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설 때는 가치평가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는다”며 “기업들이 가격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뉴욕증시는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계속되는 한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자금 흐름과 주가 사이의 괴리는 언젠가는 같은 흐름을 보일 수밖에 없다. 상당 폭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 메릴린치 “자사주 대신 M&A·시설투자·R&D 늘린 기업에 투자하라”
자사주 매입에 따른 주가 상승 효과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리린치의 사비타 서브라마니언 전략분석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사주 매입이 더 이상 과거처럼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인수합병(M&A)이나 시설투자, 연구개발(R&D)에 여유 자금을 활용하는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통적으로 M&A는 투자자들에게 별로 환영을 받지 못했고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M&A가 발표되면 주가가 급등하는 등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시설투자와 R&D 투자 역시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했지만 최근에는 주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서브라마니언 전략분석가는 “지난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던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시장수익률이나 평균 이익증가율을 밑돌았다”며 기업의 자사주 매입 열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