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그러든지 말든지" 비웃는 '아날로그'族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고수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최첨단 기술을 장착한 각종 디지털 기기가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 환호하는 동시에 인간 고유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날로그적인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후지필름이 지난달 출시한 휴대용 포토프린터 피킷(PICKIT)은 온라인몰 쿠팡에서 판매한 지 이틀 만에 준비했던 물량(1000대)이 모두 팔려 나갔다. 포토프린터는 휴대가 간편한 스마트폰 정도 크기로, 원하는 사진을 언제 어디서든 출력할 수 있는 기기다.


휴대용 포토프린터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합된 '디지로그' 형태의 전형이다. 포토프린터는 스마트폰 보급으로 확대된 폰카 열풍을 넘어, 휴대폰 속 사진을 스마트폰 이전 세대처럼 인화된 사진의 형태로 간직하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IT기술이 발달하면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살리기 위한 방식도 예전에 비해 훨씬 간편해졌다. 피킷은 한 손에 들어오는 슬림한 사이즈와 무게, 내장배터리를 활용한 USB 충전 방식으로 별도 전원연결 없이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인화할 수 있다. 출력 된 사진의 보존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후지필름 관계자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행위가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진을 분실하거나 쉽게 잊히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아날로그 방식 그대로 사진을 출력해 앨범으로 보관하려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의 상징인 스마트 기기도 아날로그 감성을 입는데 열중하고 있다. 스마트워치가 대표적이다. 애플 등 해외 기업들을 비롯해 국내 LG전자 등이 내놓은 스마트 워치는 기존 시계전문 업체들이 내놓는 시계와 흡사한 외관이다. 명품시계 업체들은 IT회사들과 손잡고 '더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스마트워치를 만들기 위한 동맹 맺기에 한창일 정도다.

스마트워치는 익숙한 시계 모양의 아날로그적인 디자인에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 집약됐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애플워치 출시 당일 일부 인기 모델들은 30여분만에 품절됐고 미국에서는 6시간 만에 모든 모델이 매진됐다.

이날 중국에서는 최고가 모델인 12만6800위안(2234만원)짜리 18캐럿(K) 금장 케이스 모델 '애플 워치 에디션'이 예약주문 1시간도 안 돼 동이 났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워치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현재 공급 상황은 시장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에서도 아날로그 바람이 불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선보인 스마트폰 G4에 국내 스마트폰 최초로 가죽 커버를 입혔다. 딱딱한 플라스틱이나 금속 재질이 아닌 인류에게 친숙한 소재인 천연가죽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갖춘 새로운 스마트폰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이었다. G4에는 고급 가방 등에 쓰이는 암소 가죽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