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실리 챙긴 SK증권, 업계 눈초리는 냉랭

안심전환대출을 유동화한 두번째 주택저당증권(MBS) 입찰이 무난히 마무리됐습니다. 본격적인 입찰 직전에 은행권의 대거 입찰 불참으로 대량의 미매각이 발생, 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시간이 갈수록 시장 우려도 점차 누그러지는 모습입니다.


MBS는 그동안 채권업계에 숱한 화젯거리를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슈는 유례없는 '2조 미매각 대란'이었습니다. 그동안 100%에 가까운 기관 참여율을 기록 해왔기 때문에 이같은 미매각은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발행사는 발행 물량을 축소했고 미매각 물량도 1조3300억원으로 줄었습니다만 8개 증권사가 떠안은 1660억원 어치 MBS는 결코 만만한 수량을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는 손해를 감수하고 물량을 팔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여전히 판매시기를 고민 중입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SK증권의 행보였습니다.

채권업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렇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미매각 발생에 인수단 8개 증권사는 발행사와 함께 대책회의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미매각 물량을 떠안은 것 자체도 부담이었는데 정해진 기간에 물건을 파는 것도 만만치 않았기 때 문입니다. 금리 향방을 알 수 없어 기관투자자는 주저했고 당장 5월부터 순차적으로 안심전환대출 MBS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기 직전이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악재가 발생한만큼 각 증권사는 공동 대응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가로 잠정 합의했습니다. 판매경쟁이 붙으면 출혈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을 겁니다.

이러한 잠정룰은 얼마가지 않아 곧 깨지고 맙니다. 선제공격에 나선 것은 SK증권이었습니다. 물량이 가장 많이 발행됐던 5년 만기 MBS의 발행금리는 1.980%였는데 이에 6bp(1bp=0.01%p)를 더 얹어서 기관에 가장 먼저 판 것입니다. 각 증권사가 850억원 어치씩 갖고 간 것을 감안하면 약 2억5500만원씩의 손해를 보고 팔았습니다. SK증권은 증권사별 대책회의에조차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 때 SK증권이 물량 인수를 거부했다는 잘못된 소문도 돌았습니다.

SK증권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시장에서는 '꼼수냐 실리냐' 말들이 많습니다. SK증권이 가장 먼저 무리한 금리 얹어주기에 나서면서 다른 증권사들도 눈치보기 끝에 울며 겨자먹기로 물건을 헐값에 넘겨야 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쩔 수 없는 악재가 발생한 이상 어차피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이 바닥의 순리였다는 설명입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MBS 판매 직후 시장 채권금리는 급등했고 이를 판매한 쪽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BS 이슈가 무난히 지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어떤 곳보다도 돈이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장소가 여의도 증권가입니다. 'SK증권의 6bp'에 대한 갖은 해석들 중 정답이라고 할 것은 없겠지만 돈과 함께 계산도 빨리 돌아가는 증시의 한 단면을 곱씹어볼 수 있는 계기였음에는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