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파문' GM, 형사기소 위기…벌금 12억弗 넘을 듯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점화장치 결함 문제로 형사 기소될 처지에 놓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 맨해튼 연방검찰은 GM이 '쉐보레 코발트'를 비롯한 차량의 점화장치 결함 문제를 10여년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데 따른 범죄 혐의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연방검찰은 GM에 10억달러가 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GM은 유죄를 인정하거나 형사 기소를 피하는 대신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을 내는 기소유예합의를 추진할 수 있다. 미국 연방검찰은 GM이 기소유예합의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본다.


뉴욕타임스(NYT)도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맨해튼 연방검찰이 GM의 범죄혐의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GM이 물게 될 벌금이 일본 자동차 회사 토요타가 지난해 급가속 문제로 낸 12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GM이 막대한 벌금을 물을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며 그보다는 사법당국이 GM의 전현직 직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사법당국이 토요타 리콜사태처럼 큰 기업 부정 사건에서 개인의 책임을 묻지 않은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GM이 리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한 안톤 발루카스 변호사는 지난해 6월 낸 내부조사 보고서에서 GM의 엔지니어인 레이먼드 디지오르지오가 2001년 문제의 점화장치가 GM의 내부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고 비난했다. 발루카스는 디지오르지오가 GM 임원들을 호도했다며 보고서에서 그의 이름을 200번 이상 언급했다.


메리 바라 GM CEO(최고경영자)는 발루카스 보고서를 낸 뒤 디지오르지오를 비롯한 15명을 해고했다. 소식통들은 미국 연방검찰이 GM 리콜 사태의 개인 책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1년간 디지오르지오 등을 조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디지오르지오 등의 혐의가 범죄 의도에 따른 것인지 입증하기 어려워 개인을 기소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GM은 지난해 점화장치 결함 문제로 260만대를 리콜했다. 점화장치 결함은 주행 중 차량 엔진을 갑자기 멈추게 하거나 에어백을 불능으로 만들어 지금까지 1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2000년대 초에 이미 점화장치 문제로 인한 차량의 결함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GM은 늑장 리콜 의혹에 따른 비난 속에 의회와 사법당국의 조사에 직면했고 지난해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3500만달러의 벌금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