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Y' 같은 서울 브랜드, 이번엔 나올까

서울시를 대표하는 도시브랜드인 '하이서울: 소울 오브 아시아'. 지난 2002년 처음 '하이서울'이 만들어졌고, 이어 2006년 현재의 모습으로 보완됐다.

서울시가 세계에 알릴만한 도시브랜드를 새로 만들어 오는 10월 발표한다.



그간 시정 슬로건과 도시브랜드가 섞여 혼란스러웠던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새 브랜드를 만들겠단 취지다. 하지만 그간 매번 새 시정 때마다 브랜드와 슬로건을 남발해 온 터라 서울의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중장기 브랜드 전략을 세우는 게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10월 28일 '시민의 날' 새로운 시정 브랜드를 발표하기 위해 도시브랜드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의 서울 이야기'란 이름으로 서울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을 진행하고 시민참여회의를 내달 14일까지 진행해 최종 키워드 5개를 뽑기로 했다. 이후 시민 BI(브랜드 이미지) 공모와 온라인 투표 등을 거쳐 최종 선포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의 도시브랜드를 헷갈려하는 분들도 있다. 글로벌 도시로서 서울의 위상에 맞춰 시민들도 자긍심을 갖게 하고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것"이라며 "시민참여 뿐 아니라 전문가 자문 등도 함께 거쳐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간 서울의 도시브랜드는 세계적으로 알리긴 커녕 시민들에게도 혼선을 빚어왔다. 현재는 지난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만들어진 '하이 서울(Hi Seoul)'에 2006년 아시아의 중심이란 의미를 더해 만든 '하이 서울: 소울 오브 아시아'가 서울의 공식 도시브랜드이다.

서울 도시브랜드의 변화상. /출처=서울연구원

하지만 도시브랜드가 자리매김하기도 전에 수년마다 캠페인과 시정 슬로건이 새로 만들어진 탓에 세계적 브랜드는 고사하고 시민들조차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주민 B씨 "서울시는 브랜드가 너무 많아서 '하이서울'인지, '함께서울'인지, '희망서울'인지 뭔지 모르겠다"며 "해태 모양 로고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이먼 안홀트의 도시브랜드 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의 브랜드 지수는 50개 국가 중 30위권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이웃 국가 중국에서조차 서울의 실재감을 22위로 평가했다. 브랜드를 만드는데 매번 수백억씩 투자한 것과 비교해 초라한 결과다.

이를 서울시의 실제 영향력과 견주어보면 브랜딩 정책의 실패가 보다 명백히 드러난다. 미 경제전문지가 지난해 발표한 서울시의 영향력은 세계 16위였고, 일본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가 발표한 서울의 글로벌 도시경쟁력도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6위를 차지했다.

이는 서울시의 브랜딩 정책이 이미지와 홍보 위주로만 접근해 온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에 시가 추진하는 브랜드 개발 또한 불과 1년 내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수개월 간의 시민 참여 외엔 기존과 차별화 되는 점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라 또 하나의 브랜드만 추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경미·김찬동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시 도시브랜딩전략 연구' 보고서를 통해 "도시가 가진 상징적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기 위해선 그 도시의 품격과 품격과 가치에 대한 조명이 선행돼야 하는데 시의 브랜드 개발 과정은 미흡한 점이 많았다"며 "홍보 위주 마케팅에 초점이 맞춰져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내적가치와 포지션을 철저히 분석하고 경쟁도시의 브랜드 전략까지 감안해 향후 10년 이상의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