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직거래 반년...거래량 4배 급증에도 '절반의 성공'

중국 위안화와 원화를 달러 없이 직접 거래 할 수 있는 시장이 국내에 개설된 지 반년이 흘렀다. 그 간 은행간 거래량 늘리기 경쟁이 치열해지며 일 평균 거래량은 급증했지만 기업과 금융사들의 실제 수요 공급이 발생하는 시장으로 정착되기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리란 평가다.

◇위안화 직거래 개설 6개월...거래량은 4배 급증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 평균 원화와 위안화 직거래 규모는 개설 첫달인 12월 54억위안에서 5월 199억위안(32억달러)으로 약 4배 늘었다. 통상 일 70~90억 달러인 원-달러 거래 규모 대비 위안화 거래 비중도 시장 개설 초반 10%에서 현재 30~40%까지 확대됐다.


1996년 10월 개설돼 4개월만에 문을 닫았던 원-엔 시장의 경우 1996년 4분기 중 일평균 거래규모가 4억엔(320만달러)에 불과했다. 거래량만 두고 보면 위안화 직거래 시장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뤄지는 거래의 거의 대부분은 여전히 은행간 거래다. 기업들의 무역금융 수요와 위안화 상품을 통한 금융사의 위안화 수요가 늘어나야 시장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란 당초 기대에는 아직 부합하진 못하고 있는 셈이다.

A은행 외환 딜러는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거래량은 급증했지만 사업 관점에서 보면 부가가치가 거의 없다"며 "고객층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 사업을 확대할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다.


현재 위안화 직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간 거래로는 수수료를 감안할 경우 은행 입장에서 부가가치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거래에 뛰어든 건 당국이 제시한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거래량이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2월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위안화 직거래 시장 조성자 12개 금융기관들의 위안화 부채에 대해 1년간 외환건전성부담금을 면제하는 '당근'을 내놨다. 개별 은행의 일평균 위안화 직거래 실적을 합산, 연말 부과대상 부채 총액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부담금을 감면해주기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거래량을 늘려야 하는 유인이 생긴다.

여기에 다음달로 예정된 2차 시장조성자 선정에서 점수를 따기 위해서도 거래량이 커야 유리하다. 지난해 말 선정된 12개 시장조성자 은행은 신한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씨티은행, 외환은행 등 7개 국내은행과 교통은행, 도이치은행, 중국공상은행, 제이피모간체이스은행, HSBC 등 총 12 곳이다.

B은행 외환거래 담당 임원은 "은행간 거래가 경쟁적으로 늘어난덴 외환건전성부담금 면제 실적을 거래량으로 한 이유가 크다"며 "여기에 다음달 시장조성자 재선정을 앞두고 기존 은행은 탈락하기 않기 위해, 선정되지 못한 은행들은 선정되기 위해 거래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직거래 시장 성공 여부 가늠하려면 2~3년은 더 필요

아울러 앞으로 커질 수 있는 위안화 시장에서 선도 은행이란 평판을 미리 쌓고자 하는 이유도 거래량을 크게 늘렸다. 달러로 이뤄지고 있는 무역 결제가 어느 시점부터 위안화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작년 중국 당국으로부터 RQFII(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자) 800억 위안을 확보하는 등 금융시장에서의 위안화 결제시장도 확대될 잠재력이 있어서다.

C은행의 위안화 트레이더는 "달러로 이뤄지고 있는 거래가 3~4년 후쯤 상당부문 위안화로 이동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고객거래가 드물어도 투자 차원에서 위안화 거래에 나서고 있다"며 "당장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활발하게 참여를 해야 정보를 얻고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쌓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교과서적으로 무역결제 기반을 확대하는 데만 지나치게 의미를 두기보다 금융상품을 통한 직거래 확대로 시장 기반을 만드는 게 더 현실적이란 진단도 나온다. 기업들이 무역을 하는 화폐를 바꾸는 데는 시스템 교체 등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홍콩을 제외할 경우 런던, 프랑크푸르트,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무역결제 보다는 금융중심의 위안화 허브를 표방하고 있다"며 "자산운용사들이 중국시장을 장기적으로 내다본 경쟁력 있는 위안화 금융상품을 내놔 차별화를 꾀하는 게 위안화 직거래 시장 성공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 연구위원은 "직거래 체제의 합의는 댱국이 했지만 활용은 시장이 해야 한다"며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자리잡았는지를 평가하려면 2~3년은 더 필요하며 일러도 내년 말 정도는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