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家, 황금알 면세점 사업위해 손잡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25일 시내면세점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 출범식 이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HDC신라면세점

호텔신라 (57,600원 ▲400 +0.70%)와 현대산업개발의 서울 시내면세점 합작법인 협상은 긴박하게 진행됐다. 지난 3월 초 현대 측 제안으로 첫 협상이 시작돼 같은 달 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만나면서 급물살을 탔다. 두 사람이 만난지 불과 1주일 만에 합작사 설립에 전격 합의해 4월 초 합작법인 설립을 공식 선언한 것.


사업 제안부터 25일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 공식 출범까지 3개월이 채 안 걸렸다.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 합작법인 설립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의 한 수"라고 입을 모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현대산업개발이 호텔신라에 앞서 워커힐(SK네트웍스)에 먼저 합작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SK측이 망설이는 사이에 이 사장의 신속한 결단력이 대기업간 전격적인 합작카드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왜 손 잡았나=국내 면세점 업계 2위인 호텔신라와 면세점 사업에 처음 도전하는 현대산업개발이 손을 잡은 것은 다음 달 진행되는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필요한 요소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선 호텔신라의 운영 노하우가 절실했다. 면세점 사업 경험이 없는 만큼 입찰기준 배점이 높은 '관리능력(300점)'과 '경영능력(250점)'에서 경쟁사보다 열세라고 판단한 것이다.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의 합작법인 설립으로 독과점 부담을 덜게 됐다. 호텔신라는 롯데면세점과 함께 면세점 시장 매출의 80%를 양분하고 있어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게다가 현대산업개발과 손잡으면서 면세점 사업부지 문제도 단번에 해결됐다. 호텔신라는 서울 중구 장충동 호텔부지 외에는 별다른 보유 부지가 없어 면세점 입찰에 나서기 위해 기존 건물을 빌리거나 매입해야 할 상황이었다. 특히 면세시장 최강자인 롯데면세점의 소공동 본점과 견줄만한 사업부지를 구하기 쉽지 않아 고심중이었다.


범삼성가인 호텔신라와 신세계, 현대가인 현대산업개발과 현대백화점이 제휴하지 않은 것은 면세점 사업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큰데다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면세점 시장 독자진출 의지가 강한 신세계는 사업 주도권을 놓고 호텔신라와 경쟁할 수밖에 없다. 현대가의 경우 양사 모두 면세점 사업 경험이 없어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의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후보지인 용산 아이파크몰 전경./사진제공=HDC신라면세점

◇세계 최대 도심면세점 부지, 왜 용산인가=HDC신라면세점이 들어서는 곳은 현대산업개발이 운영 중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일대 '용산아이파크몰'이다. 총 6만5000㎡ 부지에 면세점을 비롯해 한류공연장, 관광식당, 주차장 등 연계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양사가 용산을 사업지로 정한 것은 도심, 강남,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지역과 두루 가깝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아이파크 용산 민자역사는 지하철 1·4호선을 비롯해 중앙선, 최근 개통한 경의선, KTX 호남선(시·종착역) 등이 지나는 교통의 요지다.

롯데면세점에 이어 신세계백화점까지 명동·충무로 상권에 시내면세점 도전장을 내면서 극심한 교통 혼잡이 예상되는 도심에서 벗어나자고 판단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HDC신라면세점은 대형버스 400여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등 쾌적한 교통 환경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아이파크몰 주변 용산 전자상가와 연계한 상권 활성화도 긍정적인 평가요인이다. 쇠락한 용산 상권을 활성화시켜 IT·전자 중심상권으로 부활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양창훈 현대아이파크몰 사장은 "관광객들이 면세점과 전자상가를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연결시설을 고치고 노후상가의 개보수도 지원 하겠다"며 "내국인 고객은 물론 외국인 고객들이 믿고 찾아올 수 있는 한국판 아키하바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